경기도 용인 수지에 있는 두산기술원(두산인재기술원).
두산그룹 핵심 연구개발(R&D) 인력이 모두 모여 있는 기술원 본관 1층에선 두산중공업이 지난 10년간의 땀을 고스란히 쏟아 부어 만든 한국형 원전 계측제어시스템(MMIS)이 쉴새없이 돌고 있다.
물론 실제 발전소와 연결돼 있지는 않지만, 270여개 캐비닛에 가득한 전자기기 · 시스템은 열기까지 뿜어내며 연산과 처리를 반복하고 있다. 줄지어 선 캐비닛들은 하나의 신경망으로 이어져 맨 안쪽에 원전 주제어실처럼 꾸며진 통합센터로 연결된다.
주제어실 전면에선 핵 연료봉 주입이나, 출력 제어는 물론 원자로와 시스템 전체의 이상 유무 등 운전 상황이 한눈에 들어왔으며, 이상 발생시 곧바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져 있다.
두산중공업의 MMIS가 오는 2030년까지 국내외 원전에 공급, 예상되는 매출은 무려 14조원에 이른다.
지난 10년간 정부 예산 598억원과 민간 자금 265억원이 투입돼 개발된 프로젝트이지만, 사실상 제로(0)에서 투입금액의 160배 이상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것이다.
두산기술원에서 실전처럼 테스트중인 MMIS는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들어낸 디지털 MMIS 1호기 이자, 세계적으로 아레바, 웨스팅하우스에 이어 세번째로 개발됐다.
이 MMIS는 오는 2013년 신울진 원전 1,2호기에 최초 적용돼 2015년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수입대체 효과만 따져도 4000억원 이상이란 것이 두산중공업의 설명이다.
김국헌 두산중공업 상무는 “국내 원전에서 성능 우수성이 확인되고 어느 정도 레퍼런스로 쌓이게 되면 해외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성능이 경쟁 보다 뛰어난 것은 물론 가격경쟁력도 우위에 있는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최근 3개월에 걸쳐 고강도로 진행한 MMIS 국제기준 적합성 성능 검사에서 `전체 MMIS 성능확인을 위한 통합검증설비 구축` 등 모두 8건이 국제적 우수사례로 평가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김 상무는 “이 기술은 특히 원전의 노형이나 용량에 크게 구애 받지 않으면서 신규 또는 가동 원전에 모두 적용할 수 있으며, 항공, 우주, 방위산업 등 다양한 분야의 안전 필수 제어기반 기술로 활용할 수 있어 높은 부가가치 창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식경제부는 16일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한국수력원자력과 두산중공업 공동 주관으로 `MMIS 개발 완료 기념 행사`을 갖고, 개발 유공자를 표창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정관 지경부 에너지자원실장, 김종신 한수원 사장, 박지원 두산중공업 사장, 윤철호 원자력학회 회장, 이준현 에너지기술평가원장, 유태환 한국전기연구원장 등 산학연 관계자 300여명이 참석했다.
◆MMIS란= Man-Machine Interface System의 약자로 원전의 두뇌, 신경망으로 비견되며 운전, 제어, 감시, 계측 및 비상시 안전 기능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최신 컴퓨팅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및 인간공학 기술의 융합체다. 냉각재펌프(RCP), 핵심설계코드 등과 함께 원전 관련 3대 미자립 핵심기술분야로 꼽혀왔으며, 이번 설계단계에서부터 국산 제어기(PLC)를 사용해 완전히 기술 자립을 이뤘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