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남권 구로와 금천에 걸쳐 198만1552㎡(60만4000평) 규모로 조성된 G밸리(서울디지털산업단지). 매일 아침 출근시간만 되면 이곳에는 약 12만명의 직장인이 정장과 캐주얼 차림으로 뒤섞여 밀물처럼 밀려들어온다. 100여개의 지식산업센터 빌딩이 줄지어 늘어서 있고, 1만여개의 기업이 매년 20억달러의 수출 성과를 내는 곳.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대 벤처 집적단지로 성장한 G밸리의 위상이다.
◇벤처 1번지 G밸리 `격세지감`=“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더니 몰라보게 달라졌다.” “발전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격세지감` 바로 그 자체다.”
과거 구로공단 시절의 기억을 갖고 오랜만에 G밸리를 방문하는 사람들의 첫 반응이다. 1990년대 말 섬유 및 조립금속업의 지방, 해외 이전으로 첨단산업기지 개편이 진행되고 21세기 시작과 함께 디지털산업단지로의 행보를 본격화한 이래 10년 만에 G밸리는 전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벤처 집적지로 성장했다.
지난 10년간 대한민국 벤처산업을 대표하는 곳은 단연 강남 · 서초 일대를 중심으로 한 테헤란밸리였다. 수많은 벤처기업이 투자 유치와 코스닥 등록을 위해 투자자가 대거 밀집한 강남 지역에 둥지를 틀었던 것. 하지만 벤처 거품이 꺼지면서 그 무게중심은 급격하게 G밸리 쪽으로 쏠리게 된다. 화려함보다는 실속을 찾는 기업이 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차 · 입주, 관리비라는 조건을 갖춘 G밸리가 최적의 벤처 둥지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실패한 벤처의 유배지`라는 말도 있었지만 이러한 오명은 벗은지 오래다. 지금은 오히려 신규 창업 벤처는 물론이고 기존 기업들도 새로운 성장 비전과 기업간 네트워크 확보를 위해 G밸리를 찾고 있다.
실제로 G밸리에 입주한 벤처기업 수는 지난해 기준 1300개를 돌파하면서 테헤란밸리를 넘어선지 오래다. 최근에는 웹젠, 엔트리브소프트에 이어 한빛소프트 등 게임업체들이 연이어 G밸리를 찾고 있다. 벤처기업이 몰리면서 수출효과도 커지고 있다. 불경기 속에서도 상반기 10억달러의 수출을 달성한 G밸리는 올해 20억달러 수출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다. 작업복 차림의 직장인은 보기 힘들어졌으며 쿵쾅거리는 공장의 기계 소리도 사라진지 오래다. 지식산업센터 빌딩들은 점차 오피스 형태로 디자인이 바뀌면서 강남 사무실 뺨치는 업무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한 건물 건너 하나씩 있는 분수대와 수많은 프랜차이즈 커피숍, 그리고 점심시간만 되면 그 앞에 북적되는 수많은 직장인. 이미 G밸리는 내 · 외적인 부분에서 첨단 IT 벤처단지로 그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젊음`과 `협력`이 함께하는 곳=G밸리는 중견 · 중소기업들로 형성된 순수 벤처단지다. 1만개 기업 중 직원 10명 안팎의 소규모 기업이 다수며 대기업은 극소수다. 이는 G밸리에 앞으로 성장해야할 젊은 기업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G밸리 CEO들의 연령대도 대부분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으로 매우 젊다. 직원들 역시 대부분이 20~30대로 젊은 기업이 많다. 심지어는 CEO가 직원들보다 나이가 적어 서로 존칭을 쓰는 회사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성장기 젊은 기업의 다수 포진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고 있다. 한 온라인 취업포털 통계에 따르면 구로 · 금천 지역의 채용 공고는 매달 5000~6000건으로 종로구의 2배에 달할 정도다.
성장기 중소기업이 많다보니 기업간의 네트워크가 활발하고 창업에서 기술평가, 시험인증까지 지원기관이 많은 것도 G밸리의 특징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부터 시작된 미니 클러스터사업이다.
지역별 산학연 협력 지원사업인 미니 클러스터는 그동안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서울에서는 진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기업들의 요구로 한국산업단지공단 서울지역본부가 지난해부터 자체적인 미니 클러스터사업을 진행했고, 올해는 그 필요성을 인정받아 30억원의 예산을 배정받기도 했다. 지금은 정보통신기술, 지능형 메카트로닉스, 디지털콘텐츠, 그린산업의 4개 분야를 중심으로 약 300여개의 기업 · 대학 · 연구소들이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이밖에도 G밸리에는 경영자협의회, 기업인연합회와 같은 지역 네트워크와 벤처기업협회, 서울산업통상진흥원, 한국세라믹기술원, 한국산업기술시험원 등 다양한 지원기관이 밀집해 있다.
G밸리는 `젊음`과 `협력`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로 움직이고 있다. 이곳의 CEO들은 젊음을 무기 삼아 쉴 새 없이 뛰어다니고, 이웃 기업들 간의 협력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기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글로벌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보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분위기도 최고조다. `청년 기술 · 지식창업 지원대책` `세계적 전문 중견기업 육성전략` 등 정부 차원의 중견 · 중소기업 친화정책이 시동을 걸면서 벤처 열풍을 재현해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성장해보겠다는 의지다. 1만 벤처의 둥지인 G밸리가 이젠 미래 국가 경제를 이끌어 갈 `히든챔피언` 인큐베이터로 성장하고 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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