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전자 제품 양판점인 베스트 바이(Best Buy) `브라이언 던` CEO의 발언이 일파 만파의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브라이언 던 CEO는 지난 14일(미국 현지 시간) 미 언론매체인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애플의 태블릿인 `아이패드`가 랩톱 PC, 특히 노트북 시장의 50% 가량을 잠식(카니발라이징) 하고 있다"며 노트북 진영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 "우리는 사람들이 `베스트 바이`를 `연결된(커넥티드) 세상`을 볼 수 있는 장소이자 기업으로 인식하기를 바란다"며 향후 아이패드,킨들 등 모바일 제품에 무게 중심을 둘 것임을 분명히 했다.
월스트리트 저널 보도에 따르면 베스트 바이는 이달 26일부터 미국내 1093개 매장에서 `아이패드`를 판매할 계획이다. 소비자들의 취향이 노트북에서 태블릿,킨들 등 모바일 제품으로 변화하고 있으니 아이패드나 아마존의 킨들과 같은 모바일 기기의 판매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베스트 바이가 아이패드나 킨들, 그리고 스마트폰에 비중을 높이는 것은 대형 TV시장의 저속 성장에도 상당한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3D TV 모델의 출시에도 불구하고 HDTV 가격은 유통시장에서 계속 떨어지고 있고, 판매량도 갈수록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사실 새로운 모바일 기기에 대한 사업 강화는 베스트 바이만의 전략은 아니다. 사무용 기기 및 소모품 유통점인 `스테이플스` 역시 올 가을부터 아마존의 킨들을 판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베스트 바이 브라이언 던 CEO의 발언은 IT업계에 잠재해 있는 논란에 불을 지핀 셈이다. 베스트 바이 같은 대형 유통점이 아이패드나 킨들쪽으로 사업의 무게 중심을 옮긴다면 결국 노트북 시장은 조만간 생사의 기로에 설 것이란 분석이다. 노트북 시장이 죽는다는 것은 윈도우 운영체제(OS)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영향력 쇠퇴와 PC업체들의 몰락을 예고하는 것이어서 MS와 PC업체들의 반발이 거셀 수 밖에 없다.
이 같은 반발을 의식해서인지 베스트 바이는 17일(현지 시각) 브라이언 던 CEO의 발언을 해명하는 긴급 보도자료를 만들어 배포했다. 이 보도자료에서 베스트 바이는 브라이언 던 CEO의 발언이 과장되었다고 진화에 나섰다.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최근의 소비 패턴 변화를 얘기했을 뿐인데 월스트리트 저널측이 자신들의 입장을 정확히 표현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컴퓨터 업계를 다분히 의식하는 발언을 했다. 컴퓨터가 여전히 크리스마스 시즌에 가장 인기 있는 선물이 될 것으로 확신하며 이번 시즌에도 다양한 컴퓨터 및 엑세서리를 매장에서 판매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는 것이다.
베스트 바이측의 보도자료가 나오자 MS측은 기다렸다는 듯이 공식 트위터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리트윗하는 등 적극 방어에 나섰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베스트 바이가 MS와 PC 업체들의 항의를 받고 이 같은 보도자료를 낸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을 갖고 있다.
베스트 바이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노트북의 퇴진을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아이패드 등 새로운 모바일 기기의 성장 추세가 빠르기때문에 어쩔 수 없다.
포천지 최근 보도에 따르면 애플의 아이패드 출시 후 미국 시장에서 노트북의 판매량은 급속한 둔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09년 미국 시장에서 노트북은 매월 평균 전년대비 20~30%의 상장률을 보였다. 작년 11월과 12월에는 판매 성장률이 전년대비 60~70%선에 달할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애플이 아이패드를 발표한 올 1월에는 29%대로 떨어지고 아이패드를 출시한 4월에는 11%선으로 떨어졌다. 지난 7월에는 2%선까지 떨어졌고 급기야 올 8월에는 마이너스 4%의 성장률을 보였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노트북은 향후 마이너스 성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충분히 예견되는 상황이다.
모건 스탠리의 캐티 휴버티 분석가는 "아이패드가 부분적으로라도 노트북 시장의 급속한 성장률 감소에 책임이 있다"면서 아이패드의 예사롭지 않은 성장세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로선 노트북 시장이 다시 반전의 계기를 잡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델이나 삼성전자 등 PC업체들이 태블릿 시장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시 한번 우리는 중대한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다. 과연 노트북의 시대는 저물고 있는 것인가?
장길수 기자 ks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