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내내 풀가동하던 LG디스플레이는 지난 9월부터 공장가동률을 90%대로 낮췄다. 상반기 없어서 못 팔던 `공급부족` 시장이 `공급과잉`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한국업체는 그나마 낫다. 일본ㆍ대만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가동률을 60~70%대로 낮췄다.
올해 들어 호황을 구가하던 반도체는 지난 7월부터 가격 하락에 시달리고 있다. 반도체를 주력으로 삼는 삼성전자의 걱정이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 17일 일본으로 떠나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반도체ㆍLCD경기를 걱정하고 있다"는 말을 남겼다.
조선업계에서는 4분기에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수주와 높아진 후판 가격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철강업계에서는 건설 등 내수회복이 시원치 않아 4분기 실적악화를 고민하고 있다.
수출을 주도하며 한국경제를 이끌어온 주력사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ㆍ유럽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하반기 들어 재고관리를 엄격히 하고 신규 구매를 줄이면서 국내 업체들의 4분기 해외 영업 전망이 나빠지고 있다. 19일 코트라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각 기업들은 더블딥(불황에서 벗어난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이중하강` 현상)의 실제 가능성과는 별개로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다"며 "이는 국내 기업들의 수출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코트라가 최근 주요 외국기업을 조사했더니 미국 전자업체인 E사는 "신규 제품 수입을 줄일 계획이며 불필요한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답을 내놨다.
무역협회는 올 하반기 수출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이 지난 상반기의 35.5%에 비해 크게 떨어진 11.8%로 둔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전화, 철강, 조선 등 주력업종을 포함해 국내 산업계 전반에서 4분기 시장 전망에 대한 염려가 확산되고 있다.
반도체는 가격하락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 LCD는 공급과잉으로 인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철강업종은 4분기 최악의 실적 부진이 예상되고 있고, 조선업종 역시 수주 급감의 터널에서 헤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유ㆍ석유화학 부문은 그나마 4분기 실적 호조세가 예상되지만 `국제유가`라는 변수에 마음을 졸이고 있다. 자동차 부문의 경우 수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글로벌 수요 감소의 불확실성에 대해서는 안심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전국 500개 제조업체를 조사한 결과 68%가 `경기가 나아지고 있지만 회복 속도는 더뎌지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이 경기 불확실성에 대비해 자구책 마련과 비용절감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추석 이후 4분기에는 업종별로 내수와 수출여건이 만만치 않다"며 "최악의 상황을 전제로 한 신중한 준비와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김경도 기자/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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