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외환시장에 개입하면서 본격화한 글로벌 환율전쟁 때문에 한국을 비롯한 브라질 인도 태국 등 주요 신흥국들이 불똥을 맞을까 염려하고 있다. 이미 브라질과 인도에서는 자국 통화가치 상승을 막기 위한 선제적 움직임이 시작됐고, 태국은 19일 바트화 상승을 막기 위한 조치를 내놨다. 자국 통화 가치가 상승하면 수출에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한 조치들이다. 그러나 이미 일본이 엔고 현상을 막기 위해 인위적 시장 개입을 했다가 유럽연합(EU) 등에서 거센 반발을 받는 등 국제사회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은 향후 주요 국제 이벤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오는 23일 유엔총회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중국ㆍ일본 정상들과 각기 회담을 한 후 10월 초 EUㆍ중국 환율 회담, 11월 G20 정상회의 등 환율전쟁을 둘러싼 이벤트들이 연달아 있을 예정이다.
먼저 21일 발표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경기판단이 엔ㆍ달러 환율 동향에 민감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FRB가 경기후퇴 조짐과 이에 따른 추가 금융완화 정책을 시사한다면 엔화 강세(달러 약세) 추세에 다시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간인 오는 23일 후진타오 중국 주석, 간 나오토 일본 총리와 각각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라 주목된다.
10월 6일에는 또 EU 재무장관인 장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가 원자바오 중국 총리,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을 만나 중국 위안화 절상을 촉구할 전망이다.
11월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는 본격적으로 위안화 절상을 압박하기 위한 국제연대가 결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위안화 절상 지지세력을 규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을 비롯한 브라질 인도 등 신흥국들은 자국 통화가치가 상승할 것을 염려해 이 같은 국제사회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엔화 가치 상승으로 곤혹을 치른 일본이 시장에 개입했다가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가 이에 강경 대응하는 전례를 보았기 때문에 신흥국들도 자국 통화가치를 낮게 유지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는 상태다.
태국 재무부는 이 때문에 19일 자국 바트화 강세 현상에 대처하기 위해 태국인이 국외 자산 구입을 위해 국외로 송출할 수 있는 금액을 종전 500만달러에서 1000만달러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바트화는 올해 들어 외국자본 유입 등으로 달러 대비 8%가량 절상되며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초강세 현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금리를 인상시키고 있는 인도는 이미 지난 4월 루피화 초강세를 막기 위해 중앙은행 총재가 외국자본 유입을 규제하기 위해 각종 금융거래에 세금을 매기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브라질 역시 미국 달러화에 비해 치솟고 있는 헤알화 강세를 막기 위해 지난해 금융거래세 2%를 부과한 바 있고 최근에는 새로운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은 위안화가 인위적으로 평가절하돼 있어 각종 무역에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미국과 유럽이 중국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중국은 달러 약세를 유도하기 위해 자국 통화를 절상하는 방안 외에도 일본 국채를 매입해 엔화 가치를 끌어올려 상대적으로 달러화와 유로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방편을 시도했다. 그러나 엔화 가치 상승으로는 무역구조 불균형을 해결할 수 없다고 여긴 미국은 최근 다시 위안화 절상 압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 엔화 가치가 상승하며 일본이 피해를 보는 것을 목격한 신흥국들은 일본처럼 돼선 안 된다는 고민을 하고 있다. `중국이 우리나라 채권을 대량 매수하면서 통화가치를 상승시키면 어떡하나`라는 고민과 `통화가치 상승 때문에 시장에 개입했을 때 미국이나 EU에서 우리에게 압력을 행사하면 어떡하나`라는 고민이다. 이 때문에 브라질 인도 등은 자국에 관심이 쏠리기 전에 선제적으로 통화가치 하락을 위한 방안들을 내놓고 있다.
한편 이미 지난 14일 외환시장에 개입한 일본은 "시장 개입이 단발로 그치면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전제 아래 지속적인 개입 준비에 착수했고 이 같은 상황을 미국 측에 설명할 계획이다.
[워싱턴=매일경제 장광익 기자/도쿄=매일경제 채수환 특파원/서울=매일경제 신현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