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LG전자의 지휘봉을 잡은 구본준 부회장이 업무보고를 받기 시작하면서 후속 조직개편과 인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17일 이사회를 열어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한 남용 부회장 후임으로 구본준 LG상사 부회장을 선임했다. 구 부회장이 공식적으로 LG전자의 사령탑에 앉는 것은 다음달 1일부터다. 이에 따라 추석을 전후해 사업부서, 해외법인 등의 업무보고가 본격 시작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미 구 부회장은 LG전자의 전반적인 상황은 물론 일부 해외법인에서도 구두보고를 받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 부회장이 실적 부진에 빠진 LG전자를 되살리기 위해선 새 전략 마련, 조직개편, 인사 단행 등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는 전략ㆍ조직개편의 구체적 방향에 대해 아직까지 얘기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다음달 초부터 사업부서 등의 본격적인 보고가 이어지면 이를 바탕으로 내년 전략과 조직개편 방안을 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렇게 마련한 방안은 오는 11월 구본무 회장과 계열사 최고경영진(CEO)이 내년 전략을 논의하는 컨센서스미팅(CM)에서 보고할 예정이다. 조직개편과 인사는 12월 정기인사 때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인사는 예년보다 큰 폭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며 각 사업부문장(사장ㆍ부사장급)과 외국인 최고경영진의 재배치 등이 관심거리다.
남 부회장이 실적 부진을 이유로 사퇴한 만큼 그 원인이 됐던 휴대전화 부문 등에서 수장을 교체해 새 기운을 넣을 필요성도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남 부회장은 글로벌 시스템을 갖춘다는 목표 아래 외국인들을 최고경영진으로 영입해 왔다. 최고경영진 10여 명 중 절반이 외국인일 정도다. 이들의 영입으로 공급망관리 등에서 글로벌 시스템으로 다가설 수 있었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다. 하지만 이들이 LG 문화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으며 이들의 영입으로 임원의 인사도 적체됐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따라서 구 부회장이 외국인 최고경영진의 성과 등도 심도 있게 검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최고경영진은 보통 3~4년 단위로 계약을 맺었는데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계약이 만료되는 경우도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외국인 최고경영진도 국내 임원과 동일하게 성과에 따라 인사한다는 원칙은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매일경제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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