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명품거리에 현대차 딜러점

구찌, IWC 등 럭셔리 브랜드 상점이 즐비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샹제리제 거리`로 불리는 시내 중심가 트베르스카야 4번지.

`HYUNDAI` 간판을 단 번쩍번쩍하는 브랜드숍이 오가던 모스크바 시민들 눈길을 사로잡았다.

매장 1층에는 에쿠스 제네시스 YF쏘나타 등 고급 차종이 전시돼 있고 2층에는 방문객이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현대차 역사와 기술을 체험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모스크바시 동남부 노보랴잔스코예 거리에 위치한 현대차 최대 딜러점에도 18일(현지시간) 소비자 20여 명이 찾아와 게츠(한국명 클릭) 엘란트라(아반떼) ix35(투싼ix)를 타보는 등 북적였다.

부인과 함께 매장을 찾은 비야체스라프 바실코프 씨(30)는 "이제까지 국산차 5대를 타다 이번에 처음으로 외국차인 현대 i30를 사게 됐다"면서 "디자인과 품질이 마음에 들어 큰마음 먹고 계약했다"고 말했다.

안드레이 포킨 매장 총매니저는 "현대차 판매를 시작한 게 8개월에 불과하지만 실적이 예상을 크게 뛰어넘고 있다"며 "현대차뿐만 아니라 닛산, 도요타, 시보레 등 12개 수입브랜드를 취급하는 자동차 소매 전문 기업인 본사에도 현대차는 훌륭한 수익원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가 국내에도 없는 브랜드숍을 러시아에 열고, 업계 최고 수준인 `5년간 무상보증(파워트레인)` 서비스 등을 내세우면서 러시아시장 공략에 나섰다.

러시아가 브릭스 국가 중 최근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동유럽과 CIS(독립국가연합) 국가로 진출하는 전략적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올해 판매 예상대수가 7만5000대인데 내년에는 최대 15만대까지 팔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도 세웠다.

러시아시장에 특화한 중소형차 `신형 베르나(프로젝트명 RBr)`를 현지에서 직접 생산해 내년 1월 출시하고 신형 쏘나타와 신형 투싼도 RBr와 함께 전략 모델로 지정해 중산층을 집중 공략하면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라고 경영층은 보고 있다.

특히 이달 21일 준공돼 `메이드 인 러시아` 완성차를 찍어내기 시작하는 현대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은 러시아시장을 공략할 전략 기지가 될 전망이다.

현대차는 지금까지 모스크바 남서쪽으로 980㎞ 떨어진 타간로크에서 현지 브랜드인 타가즈 생산시설을 빌려 구형 베르나와 아반떼, 포터 등을 조립 생산해왔다.

그러나 타가즈사가 금융위기 과정에서 부도 위기에 몰리는 등 불안한 경영 상태를 보이면서 현대차 판매가 급감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러시아는 자국에서 생산된 차량을 구매하면 대당 5만루블(약 1650달러)씩 구입 보조금을 주는 반면 금융위기 이후 인상한 완성차 수입관세를 계속 유지하는 등 보호주의 성향을 보이고 있다"며 "현지 공략을 위해서는 현지 생산이 필수"라고 말했다.

2011년 15만대 생산 체제에 돌입한다면 현대차는 러시아에 진출한 외국 자동차 메이커 중 1위로 단박에 올라서고 토종 브랜드까지 합치면 국영 아브토바즈에 이어 2위에 랭크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경래 현대차 러시아판매법인장은 "현대차가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톱3 메이커가 되려면 잠재력이 높은 러시아시장에 적극 뛰어들어야 한다"면서 "B세그먼트 1위인 게츠와 더불어 신형 베르나가 C세그먼트에서 새로운 히트상품이 될 것"이라고 의욕을 보였다.

[모스크바=매일경제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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