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에서 제일 바쁜거 같아, 쉬엄쉬엄 하게나.”라고 말한 상사가 반나절을 안 넘기고 또 다른 일을 물고 온다. “이거 시장조사 한번 해보게나.” 말이나 말지, 위로하지 말고 위로할 일을 만들지 말았으면 좋겠다. 여름 나절 콜라병에 날파리가 꼬이듯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이 꼬인다. 내 몸이 세개여야 가능한 일이고 하루가 48시간이어야 해치울 수 있는 일들이다. 아직 채 끝나지 않은 일은 닭고기가 이빨에 낀 것처럼 신경 쓰이는데 다른 일마저 떠안았으니 한심하다.
시간을 짜임새 있게 잘 쪼개어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초점을 명확하게 잡고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다.
수학공부 하면서 영어 걱정 하고 영어공부해야 할 때 국어 시험이 염려되면 안된다. 미국 비즈니스위크지는 직장인들이 3분에 한 번씩 하던 일을 제쳐두고 다른 일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스턴트 메신저에 답하기, 인터넷 서핑, 휴대폰 통화 등등 산만하게 흘려보내는 시간이 하루 노동시간의 30%에 이른다는 것이다. 잡고 있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제대로 잡고 있느냐도 중요하다. 피터드러커는 `제일 중요한 일을 먼저 생각하라, 그다음 일은 생각하지도 마라`고 했다.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하려 들면 마음만 조급해 지고 일은 진도가 안 나간다. 여러가지 일을 한꺼번에 한다고 해도 느낌만 그럴 뿐이다. 실제로는 어느 누구도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없다. 뇌가 하나고 몸이 하나기 때문이다. 다만 한 순간 이일을 하고, 다른 순간 저일을 하는 왔다갔다의 연속일 뿐이다. 겨우 탄력이 붙을 만할 때 다른 일을 잡고, 이일이 이제 손에 익을 만할 때 또 다른 일에 연연하는 지그재그형 일하기는 직선형 일하기보다 비효율적이다. 한번 주의력을 잃어버리면 다시 원래 일을 시작하는데 평균 30분 정도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이제 길이보다 깊이다. 효율도 중요하지만 밀도도 높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