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투표를 이용한 주주총회 시대가 막을 열었다. 선박투자회사인 `아시아퍼시픽 11 · 12호`가 지난주부터 오는 28일까지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자투표 주총을 실시 중이다. 전자투표 기간 이 회사의 주주들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지 공인인증을 거쳐 전자투표시스템에 접속해 투표할 수 있다. 집 · 회사 등 PC가 있는 곳 어디서나 주주총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전자투표 주총은 주주중시 경영 그리고 기업경영 IT화에 부합하는 제도로 평가받는다. 이 때문에 미국 · 영국 · 일본 등 선진국들은 우리나라보다 9~10년 일찍 전자투표제를 도입했다. 미국이 2000년 6월 채택했으며 영국이 같은해 12월, 일본이 2001년 11월에 실시했다. 국내에서도 전자투표 주총 도입이 추진된 것은 이미 5년전 일이다. 지난 2005년에 법무부가 관련 법안을 만들었으나 한참의 시간이 지난 2009년 4월에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전자투표 주총을 도입하면 간편하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어 주주 권리를 보호하는 동시에 주총 참석에 따른 시간과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현재 미국이 전체 대상 기업 중 45%(2947사)가 전자투표제를 활용해 가장 활성화돼 있으며 영국(645사)과 일본(428사)은 전체의 20% 정도가 도입, 운영중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전자투표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기업들이 많지는 않아 제도 활성화는 내년 이후에나 가능한 상황이다. 따라서 중립투표(Shadow voting) 시행 시 전자투표를 의무화하는 방안과 함께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기업에 대해 지배구조 우수기업 평가 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다양한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 이번 첫 전자투표 주총 실시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전자투표가 회사 주주들이 의결권을 안전하게 행사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인정받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