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이나 판세, 형국이 뒤집는 것을 반전(反轉)이라고 한다. 위기(危機)를 호기(好機)로 바꾸는 것, 바로 반전이다. 축구 시합에서 90분을 밀리며 뒤지다가 인저리타임에 역전승하거나 야구경기에서 9회 말 만루 역전홈런을 치는 것이 반전이다. 반전은 치명적이다. 뒤집고 난 후 다시 뒤집혀질 질 확률이 적기에 치명적이다. 그래서 약자가 강자에게 품을 수 있는 마지막 승부수이자 희망이다.
반전이 역사적 화두였던 시절이 있었다. 강력한 불의에 맞서 싸운 역사속의 그 시절 말이다. 4 · 19가, 1987년도 민주화운동이 그랬다. 이런 속성 때문에 `혁명`이라는 것은 어쩌면 약한자들이 품을 수 있는 가장 큰 `로또`일지도 모른다.
반전을 요즘 유행하는 말로 바꾸면 `패러다임 전환` 정도가 된다. 기존의 `판`을 뒤집고, 철학과 생각을 송두리 채 바꿔낼 수 있기 때문이다. 판을 바꾸기 위해서는 모두 바꿔야 한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가 아니라 마누라와 자식조차 바꿔야 반전이 일어난다. 반전의 첫 출발은 가진 것을 버리는 일이다. 밥을 먹거나, 움직이는 법, 살아가는 법, 생각하는 법을 바꿔야한다. 관습대로 움직이면 현실에 순응하는 일상(日常)만이 있을 뿐이다.
반전은 자신이 상대에 비해 뒤쳐졌다는 것을 자각하는 순간 시작된다. 힘이나, 자본에서 밀리고 있음을 직감하는 순간, 반전은 `꿈`이 된다. 나를 알아야하고, 얼마나 강하고 지혜로운지를 깨달아야 비로소 반전의 계기가 만들어 진다.
반전을 꾀하려면 전략과 전술이 있어야 한다. 기존 싸움 습관을 버리고, 강한 상대를 이기기 위한 새로운 판의 싸움을 준비해야 한다. 기존 판이 아닌 기습전략, 게릴라전을 실천에 옮길 때 꿈에 그리던 반전이 온다. 단, 구성원들은 반전이 반드시 일어난다는 낙관적 전망을 가져야 한다.
CEO를 교체한 LG전자 사태는 사뭇 충격적이다. 냉정하게 보면 그것은 LG전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소니나 마쓰시타, 필립스, 에릭슨, 노키아 모두 동일한 고민에 빠져있다. 세계 최고의 휴대폰 기업, 노키아 역시 CEO를 교체했다. 지금 흐름이라면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 CEO들이 위태롭다. 분명 위기다. 무서운 스마트`혁명`은 이제 시작됐을 뿐이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위기`는 반전, 패러다임 전환을 만드는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지금은 패러다임 전환을 적확하게 읽어내고, 필요하지 않은 것을 버려야 하는 시기다. 그것은 여태 숨겨놓은 핀치히터를 9회 말 만루상황에 기용하는 감독의 전략과 동일하다. `스마트 하지 않은 것`들을 빠르게 많이 버리고, 상대 투수와 비교해 강한 타자를 선별해서 출전시켜야 한다. 이 룰은 스마트 혁명을 맞이하는 모든 조직에서 공통으로 적용되는 싸움의 법칙이다.
반전은 `변하는 것`이 아니라 `바꾸는 것`이다.
취재총괄부국장
김상용기자 sr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