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는 지난해와 올해 녹색성장, 첨단융합, 바이오 등 3개 분야에 걸쳐 7개 신성장동력 펀드를 결성했다. 지금까지 모인 액수만도 8585억원. 이 중 정부 재원은 약 1500억원이다. 앞으로도 시스템 반도체, IT(정보기술)특화 펀드 등이 새로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하지만 운영 1년여가 지난 지금 실제 펀드 투자 실적은 전혀 사정이 다르다. 올해 8월까지 IT 융합, 로봇 응용, LED 분야 등에서 8개 사업에 1290억원이 투자됐을 뿐이다.
한 모태펀드 관계자는 "워낙 기술이 다양하고 회사도 우후죽순 격으로 나타나고 있어 실제 투자 대상이 되는 기업을 가리기 쉽지 않다"며 "기술이 실제 상업화나 수출단계에 이른 회사들에 대한 지원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반면 벤처기업 관계자는 "정작 어려운 단계에서 도움이 되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신산업과 금융 간에 반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2000년대 초 불었던 IT 열풍이 가라앉고 다시 미래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신성장동력 산업이 부각되고 있다. 신성장동력 산업이란 친환경 산업, 고부가가치 융합 산업, 지식서비스업 등 미래 먹을거리 업종을 말한다. 정부는 3개 분야 17개 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지정하고 신재생에너지, 바이오제약ㆍ의료기기 등에 대한 집중 육성에 나섰다.
그러나 금융과 산업이 항상 이 같은 불신 악순환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박사는 "한국 경제 발전 이면에는 늘 금융이 함께했다"며 "신산업 발전도 적극적인 금융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과거 `한강의 기적`과 `IT 선도국`도 정부 주도 정책금융과 벤처 투자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일이었다.
1960년대 시작된 경제개발 5개년 계획, 70년대 중화학공업 육성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산업 발전 지원을 명문화한 은행법 제정이나 외환은행, 주택은행, 중소기업은행 등 6개 특수은행과 10개 지방은행이 설립된 것도 모두 이 시기였다. 이 결과 중화학공업 성장률은 80년대 후반 연평균 19.6%까지 뛰어올랐다.
2000년대 초 IT기업 열풍도 금융이 기폭제 구실을 했다. 1998~2002년 사이 IT 분야에 대한 은행 대출 증가율은 16.5%에 달한 반면 중화학공업 여신 증가율은 6%까지 떨어졌다. 지금 추진 중인 신성장동력 산업 발굴도 금융 분야에서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성공할 수 있다.
이승지 중소기업진흥공단 기업금융팀장은 "신산업을 미래 먹을거리로 정했다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준영 한국벤처투자 투자운영본부 팀장은 "녹색인증제도와 같이 정부가 신산업을 명확히 구분 짓고 품질을 보증할 수 있다면 지원이 쉽게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별취재팀=매일경제 김태근 기자/전정홍 기자/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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