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스마트카드 사업을 그룹 차원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그룹 신사업을 주도하는 신동빈 롯데 부회장이 사업을 선두에서 이끌고 있다. 그룹 차원의 역량을 총집결해 롯데만의 독자 유통 결제 에코시스템(생태계)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롯데그룹 IT서비스 전문업체인 롯데정보통신이 사업을 주관하고 있으며 전 계열사가 협력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모양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최근 스마트카드 국제 규격인증을 신청해 유통 단말기를 독자 개발하고, 쇼핑ㆍ마트 등 전 점포에 단말기 4000여 대를 설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또 유통 분야가 아닌 계열사에도 추가로 1만1000여 대 단말기를 보급하기로 했다. 이는 롯데만의 독자 유통 결제시스템 울타리를 만들겠다는 전략으로 시스템 개발은 롯데정보통신이 전담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룹 차원의 새로운 먹을거리 창출에 나선 신 부회장이 전 계열사에 사업 확대를 독려해 그룹 차원 협조체제가 구축되고 있다"며 "롯데가 교통카드 점유율 1위인 한국스마트카드에 맞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시동을 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는 지난해 부산지역 기반 교통카드 업체 `마이비`를 인수한 데 이어 올해 인천ㆍ경기 지역 기반 업체 `이비`까지 사들이며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비와 마이비를 합치면 국내 시장점유율 약 37%를 기록할 수 있어 1위 업체인 한국스마트카드(53%)를 턱밑까지 추격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이미 사양산업인 교통카드 사업을 보고 인수에 나선 것은 아니다. 유통, 카드, 스포츠 등 보유하고 있는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내기 위한 수단으로 스마트카드 장래를 내다본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롯데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마이비와 이비카드 결합 승인을 받았다. 이에 본격적으로 시너지를 창출하는 작업에 착수하며 먼저 그룹 내부에 대규모로 독자 스마트카드 단말기를 설치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룹 내부에서 교통카드는 물론 신용카드, 유통 결제까지 한 장의 카드로 종합 기능을 수행하는 스마트카드 에코시스템을 먼저 시험하겠다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세븐일레븐 등 계열사들이 지급하는 마일리지, 포인트 등을 교통카드 서비스와 연결시킬 경우 시너지가 적지 않다. 롯데마트 결제 금액이 많은 소비자를 상대로 교통카드 적립액을 쌓아주는 식이다.
그러면 더 많은 소비자가 롯데 유통점을 이용해 적립금을 쌓도록 유도할 수 있다. 소비자 사용빈도가 높은 교통카드의 특수성을 십분 이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반대로 롯데 교통카드 이용이 잦은 사용자를 상대로 롯데마트 할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 롯데 계열사끼리 적립 포인트를 주고받기가 용이한 독자 결제시스템이 필요해 이번에 단말기 전격 개발ㆍ유통에 나서게 됐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한 장의 카드로 교통이동수단, 전자화폐, 신용카드, 신분 확인이 모두 가능하게 되면 시너지가 있다. 더 많은 소비자가 롯데 계열사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 교통카드 사업을 주관하는 한국스마트카드와의 한판 대결도 불가피하게 됐다. <용어>
■스마트 카드(Smart Card)=신용카드나 현금카드는 플라스틱에 마그네틱을 부착하는데 스마트 카드에는 플라스틱에 집적회로(IC) 칩을 넣는다. 마그네틱 카드보다 100배 이상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데다 칩 성격에 따라 양방향 통신과 정보보호 기능도 가능하다. 금융과 보안 등 응용할 수 있는 분야가 매우 넓다.
[매일경제 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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