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200만원대의 DSLR 카메라로 동영상을 촬영하려는 일반인들이 1억원 전후의 방송용 ENG 카메라를 부러워할 필요가 없는 시대가 열리게 됐다.
ENG 카메라 못지않은 영상 촬영 기능을 갖춘 DSLR 카메라가 속속 출시되고 있어서다.
DSLR 카메라가 일반화된 이후 일반인들도 프로급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데 이어 영상에서마저 프로급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더구나 UCC 동영상 분야뿐만 아니라 방송용 전문가 시장에서도 ENG 카메라의 대체 및 보조품으로 사용되는 등 새로운 트랜드를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특히 렌즈를 교환할 수 있는 만큼, ENG 카메라로 연출할 수 없는 다양한 효과를 넣을 수 있는 점은 DSLR 카메라만이 가질 수 있는 강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동영상 한계 극복한 DSLR 등장=사진 촬영에 특화된 DSLR 카메라가 동영상 기능을 갖춘 것은 이미 2008년 말부터 시작돼 새로운 일은 아니다.
고기능의 렌즈를 활용할 수 있는 DSLR 특징으로, 피사체외의 배경을 뿌옇게 처리하는 아웃포커싱을 할 수 있는 점 등에 카메라 마니아들은 환호했다. 이 같은 기능을 통해 영화도 제작되고 UCC 등이 쏟아져 나오기도 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기존 제품들은 동영상 기능에 한계가 있었다. 실질적으로 동영상 기능 중 가장 중요한 움직이는 피사체에 자동으로 초점을 맞추는 오토포커스(AF) 기능이 느렸기 때문이다.
더구나 AF 기능을 사용할 경우 렌즈가 조절되는 소리가 마이크에 들어가 소음이 녹음되는 결정적인 단점을 안고 있다. DSLR 카메라로 영화나 뮤직비디오를 촬영 시 오토포커싱 기능을 끄고 직접 손으로 렌즈를 조절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여기에 피사체가 빠르게 움직일 경우 수직축이 휘어져 보이는 현상인 젤로효과도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다.
이 같은 현실에서 최근 카메라 업체들이 공개한 DSLR 카메라들은 상당 부분 기존의 문제점을 해결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소니가 최근 공개한 중급 모델인 알파55와 알파33은 기존 DSLR 카메라와 달리 반투명 미러를 이용해 직접 메인 센서에 빛을 투과시키고 위상차 검출 방식을 사용해 초점을 정확하면서도 빠르게 맞추도록 설계돼 느린 AF 문제를 해결했다.
소음 문제도 첫 초점을 잡을 때 외에는 초점을 맞추는 소리가 거의 나지 않는데다, 젤로 효과도 개선해 DSLR족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최근 발표된 니콘의 중급 DSLR 카메라인 D3100도 AF 기능을 상당히 개선되는 등 동영상 촬영이 원활해졌다.
DLSR 카메라뿐 아니라 최근 개발되고 있는 렌즈 교환식 캠코더도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HD급 촬영 기능을 기본적으로 갖춘데다 DSLR 카메라와 마찬가지로 렌즈를 교환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효과를 줄 수 있다. 소니는 조만간 세계 최초의 렌즈 교환식 캠코더인 NEX VG10을 출시할 예정이다.
◇방송 시장에서 ENG 대체.보조품 될까=새로운 DSLR 카메라는 전문가용 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기존 ENG 카메라와 방송용 캠코더 대신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능적으로는 상당 부분 ENG 카메라를 대체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ENG 카메라가 만들어내지 못하는 다양한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방송용으로 부분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아직은 프레임 지원이 제한되지만 1∼2년 안에 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ENG 카메라보다 촬영 인원도 줄일 수 있는 점도 강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드라마나 영화 등을 촬영 시 ENG 카메라 초점을 맞추는 인원이 필요하는 등 보통 3명 전후가 달라붙는다"면서 "DSLR카메라는 한명으로도 충분히 촬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DLSR 카메라가 ENG 카메라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기존 방송 촬영 종사자들이 익숙한 사용자 환경 등을 고려해 렌즈 교환식 캠코더를 보다 선호할 수 있다.
DSLR 카메라는 사진 촬영이 우선으로 고려돼 만들어졌기 때문에 외관 자체가 영상 촬영에 적합지는 않기 때문이다. 활동적인 영상 촬영시 흔들릴 수 있는 구조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물론 카메라 견착대 등 다양한 보조 용품과 촬영 기법 등으로 극복할 수는 있다.
그럼에도, DSLR 카메라는 비용이 기존 ENG 카메라의 수십분의 1에 불과한 데다 프로급의 사진 촬영도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기 때문에 다양한 쓰임새가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 방송시장에 진입하는 사업자의 경우 뱁새가 황새를 쫓는 식을 지향하지 않고, 저비용으로 새로운 시스템의 구축을 지향하려 한다면 DSLR 카메라와 렌즈 교환식 캠코더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조만간 소규모 프로덕션 위주로 이 같은 트랜드가 정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올해 와이파이 기능을 갖춘 캠코더를 삼성전자가 출시해 사실상 중계차 없이도 실시간 영상 전송이 가능하게 된 시대가 열린 만큼, DSLR 카메라와 렌즈 교환형 캠코더에도 실시간 영상 전송 기능이 들어가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UCC가 스마트TV에선 안된다고?=스마트TV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지만, 유튜브 등을 통한 UCC는 화질 문제 등으로 TV에선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현재로서는 지배적이다.
하지만 풀 HD 화질을 기본으로 탑재한데다, AF 문제 등을 해결한 새로운 DSLR 카메라의 등장은 이 같은 단점을 해소할 전망이다. TV로도 방송국 콘텐츠의 화질에 버금 UCC를 즐길 수 있는 셈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DSLR 카메라의 보급으로 사진 영역에서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가 흐려졌다"면서 "영상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