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기획] 삼성전자의 시장 혁신 DNA

(상)유통 선진화

(중)상생 경영

(하)제품 차별화



삼성전자가 `국내 매출 10조원 시대`를 선언했다. 삼성은 지난해 내수 시장에서 첫 10조원을 돌파한데 이어 올해도 10조원을 무난히 넘길 전망이다. 2005년 `국내 매출 10조 · 지역상권 1등 점포` 비전을 내건 이후 4년 만이다. 삼성이 지난해 해외와 내수를 포함해 올린 전체 매출은 136조원. 국내 매출 10조원은 전체 매출의 대략 9% 수준. 100여 개국 이상에서 삼성 제품이 팔리는 상황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규모다. 내수 시장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었기에 `글로벌 삼성`도 가능했다는 평가다.

삼성은 매출 10조원을 돌파하며 국내에서 확실한 시장 선도자로 자리를 굳혔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는 미국발 서브프라임 여진 등으로 외부 여건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었지만 9부능선을 가뿐히 넘었다. 위기에서 빛을 발한 삼성의 시장 혁신 DNA를 3회에 걸쳐 집중 해부해 본다.



(상)유통 선진화

찰스 다윈이 영국 해군함정 비글호를 타고 5년 동안 세계를 일주하면서 쓴 역작이 `종의 기원`이다. 갈라파고스섬을 탐험하면서 당시 시대의 큰 흐름으로 굳어졌던 창조론의 반기를 드는 `진화론`의 모티브를 제공했다. 다윈이 수 년 동안 집대성한 연구 성과를 통해 내린 결론은 “환경에 적합한 변이를 가진 종은 생존 가능성이 높으며 환경에 적절히 적응한 종이 약한 종을 몰아내고 새로운 종을 탄생시킨다”는 이론이었다.

종의 기원이 나온 지 150년, 다윈이 태어난 지 200년이 넘었지만 다윈은 비즈니스 세계에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끊임없이 인용되는 게 `변화에 잘 적응하는 기업이 살아 남는다`는 명언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자. 사업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카멜레온`처럼 주변 환경에 잘 맞춰야 한다는 말인데 대체 어떻게 변해야 한다는 말인가. 환경은 끊임없이 변하는 데 이미 시장에 안착한 기업은 이를 따라가기가 힘에 부친다. 더구나 이전과 달리 경쟁사 신제품은 한 달에도 수없이 쏟아져 나온다. 기술개발 속도도 엄청 빨라 불과 일주일만 트렌드를 놓쳐도 `시장 읽기`가 버겁다.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하루가 멀다하게 새로운 경영이론이 쏟아져 나온다.

제품 · 기술 · 경영 · 트렌드 모두 휙휙 바뀌는 비즈니스 세계지만 결코 변하지 않는 만고불변의 진리가 바로 변화의 주체다. 변화는 결국 `소비자`에서 시작한다. 소비자가 시장을 움직이고 트렌드를 만든다. 히트상품과 그렇지 못한 상품을 가르는 것도 소비자다. 소비자를 최전방에서 매일 만나는 게 바로 `유통`이다. 유통 전략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는 정확한 소비자의 요구(니즈)를 파악할 수 없다.

삼성전자는 다양한 유통 차별화로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소비자 입맛에 맞는 `멀티 채널` 전략으로 시장을 선도했다. 수십년 동안 삼성의 든든한 파트너를 자임했던 오프라인 매장 `디지털 프라자`에서 젊은 고객을 위한 `모바일숍`, 혼수 전문점 `삼성 마리에`, 최근 브랜드숍으로 새로 문을 연 `갤럭시 존`까지 삼성전자의 변화만큼이나 유통 채널도 변신을 거듭해 왔다. 끊임없는 유통 혁신은 삼성이 국내 시장을 주도한 결정적인 원동력이었다.



#`디지털프라자`, 지역 주민을 위한 열린 매장으로

디지털프라자는 삼성 제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전자제품 전문 유통 브랜드다. 2003년 이후 대형화 전략으로 600여개 전문 매장을 전국에 구축했다. 1등 경쟁력은 첨단 시스템이다. 경영정보시스템(DPS)에서 고객관리(CRM) 시스템, 통합물류 시스템을 기반으로 과학적 상권 분석에 의한 점포 출점, 인재육성 프로그램, 성과급제 등으로 전자제품 전문 유통 채널로 핵심 경쟁력을 갖췄다.

각 매장마다 축적된 고객 데이터를 관리하고 활용하는 CRM은 국내 기업 중 최고 수준이다. CRM을 활용한 대표 서비스가 `3131 캠페인`이다. 이는 고유 고객관리 도구로 제품 구입 후 3일 후에 고객에 감사 전화하고, 1개월과 3개월째 감사 메일, 무상 서비스가 끝나기 1개월 전(11개월째)에 고객에게 전화로 무상서비스 만료 기간을 알려준다. 삼성전자 측은 “디지털 프라자와 인연을 맺은 고객은 영원한 고객으로 모시기 위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를 진화해 지난해 11월부터 `디지털 멤버십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우수 고객에 파브TV · 지펠 냉장고 · 세탁기 · 에어컨 등 4대 가전 상품을 최대 3년까지 무상으로 서비스해 준다.

디지털프라자가 삼성의 핵심 유통 매장으로 자리잡은 데는 지역 밀착 마케팅도 주효했다. 디지털 프라자는 도보와 대중교통으로 쉽게 방문하고 주민에게 열려 있는 지역 밀착형 매장이 목표다. 단순한 가전 판매점에서 벗어나기 위해 팩스 · 복사 · 인터넷 등을 지역 주민 누구나 무료로 사용하는 `일곱 가지 무지개 서비스`를 4년째 실시 중이다. 지난해 말에는 디지털 프라자 전용 홈페이지를 구축해 삼성 제품 정보와 인근 매장을 쉽게 검색하고 행사 내용 등을 제공하고 있다.

지역사회 공헌을 위해 전국 월 100만부 이상 발행하는 전단지와 DM에 미아찾기 캠페인이나 친환경 판촉으로 서울시와 함께 진행하는 에코 마일리지 판촉 등도 시행 중이다. 올해 5월부터는 삼성카드 제로할부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다른 유통점에서 볼 수 없는 고객 금융 혜택으로 삼성카드 디지털 멤버십 제휴카드로 최대 300만원까지 최장 60개월 할부가 가능하다.

이 뿐 아니다. 삼성 브랜드를 포함한 전 제품의 원스톱 쇼핑도 가능하다. 파브 · 지펠 · 하우젠 · 센스 등 삼성이 출시하는 모든 제품을 만나볼 수 있을 뿐더러 쿠쿠 · 리홈 · 린나이 · 필립스 · 아이리버 등 국내 유명 브랜드 가전 제품을 한 자리에서 쇼핑할 수 있다. 최근에는 신기술로 구현된 제품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도록 체험 공간을 확대했다. 구입부터 배송 설치, 서비스까지 고객만족을 위해 삼성물류센터에서 직접 배송 설치하고 사후 서비스의 편리한 이용을 위해 서비스 센터와 복합화를 추진했다.



#변신 또 변신, 유통 매장 차별화

삼성의 유통 차별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모바일숍`으로 젊은 층을 사로잡은 데 이어 `삼성 마리에`로 혼수가전 매장이라는 특화 채널을 선보였다. 모바일숍은 디지털에 민감한 젊은 소비층을 위해 휴대폰 · 노트북 · 디지털카메라 · MP3P 등 최첨단 IT모바일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체험형 IT 매장. `스마일&모바일`이라는 슬로건처럼 이곳에서는 애니콜, 삼성 센스, 삼성 블루, 삼성 옙 등 삼성의 독창적인 모바일 제품을 가장 먼저 체험해 보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삼성 모바일` 1호점은 지난해 11월 영풍문고 종로 본점에 열었다. 이어 젊은 세대가 몰리는 명동 · 신촌 · 잠실 등 서울 4개점을 포함해 부산 · 인천 · 광주 등 9개점이 연이어 오픈했다. 체험과 판매를 겸한 모바일숍은 이제 시작이지만 성공이라는 평가다. 가령 부산 광복점은 5일 만에 매출 1억5000만원을 넘어서면서 브랜드와 판매 모두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이는 기존 가전제품 매장과 달리 유행에 민감하고 최첨단 기술에 관심이 높은 20~30대 고객만을 겨냥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모바일 제품에서 교육 · 게임과 같은 에듀테인먼트 콘텐츠, 다양한 관련 액세서리까지 매장을 찾은 고객이 자유롭게 직접 보고 만지며, 제품 구매까지 동시에 가능한 `원스톱 솔루션` 매장을 실현한 점이 주효했다.

혼수층 고객을 겨냥한 `삼성 마리에`도 유통 차별화에 성공한 대표 사례다. 삼성은 예비신부를 위한 혼수가전 전문점 `마리에`를 올해 2월 서울 청남동에 열었다. `웨딩의 메카`라 불리는 혼수 전문 매장 `마리에`는 결혼 준비에 필요한 정보와 함께 1대1 맞춤 상담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매장을 방문한 신혼부부는 평형대별 시뮬레이션으로 신혼 집 가전과 가구 배치, 인테리어 정보 등을 제공받을 수 있다.

다양한 가격 혜택도 연착륙 요인이다. 최대 300만원까지 60개월 무이자와 우대 금리를 적용하는 `똑똑한 제로 할부`를 이용하면 목돈이 들어가는 혼수 마련에 따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파브TV, 지펠 냉장고, 하우젠 에어컨, 세탁기 등을 구입할 때 3년 동안 무상 서비스해 준다. 혼수 가전을 집중 배치한 매장 인테리어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개별 인테리어에 맞게 제품을 진열해 제품이 집안 인테리어와 어울리는지, 어느 정도 공간을 차지하는 지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TV · 냉장고 · 에어컨 등을 용량과 크기 별로 진열해 각각의 제품을 비교도 가능하다.

이남경 마리에 지점장은 “제품 결정에서 구매, 배송까지 각 고객별 담당 매니저가 1대1로 관리하기 때문에 오픈 초기지만 프리미엄 매장으로 입소문이 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화, 특화 매장으로 진화

삼성전자 유통서비스 전략의 목표는 고객 사랑을 듬뿍 받는 1등 전자 전문점이다. 이를 위한 전략은 고객 중심에서 접점을 넓히고 차별화한 가치를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먼저 디지털 프라자는 고객 입장에서 출발해 고객에게 편의성과 최고의 만족을 주는 전자제품 구입을 할 수 있도록 매장 인프라와 고객 서비스를 개선할 계획이다.

당장 유통 매장은 서비스센터와 혼합한 복합 형태로 300평 규모 이상으로 대형화하고 취급 제품을 더 늘리기로 했다. 고객 접근성과 편의성을 개선해 지역별 상권에 따라 IT 모바일숍, 소형 제품 전문숍, 혼수 전문매장 등 특화 매장 출점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이와 함께 고객 접점의 다양한 연출, 변화를 시도하며 판매 상담사의 전문성을 높일 방침이다.

이미 삼성은 `디지털 마스터` 프로그램으로 상담원의 수준을 크게 높였다. 디지털 마스터는 2004년 하반기부터 실시해 온 자격 제도로 파브, 하우젠, IT 등 삼성 프리미엄 제품의 기본 원리와 고객 접점 서비스에 대한 전문 교육 과정을 이수한 판매 상담사에 부여한다. 특정 기업 프로그램이지만 노동부 공인 자격 제도다. 이 과정을 이수한 상담사만도 디지털 프라자에만 17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삼성은 앞으로 고객만족을 높이기 위해 우선적으로 상담사의 수준을 높여 나가기로 했다. 이와 함게 CRM을 통한 서비스 세분화, 지역 사회 공헌 프로그램 등에도 지속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박재순 삼성전자 한국총괄 전무는 “시장이 변화에 맞춰 고객도 변하고 있다”며 “앞으로 고객 중심 서비스, 고객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 고객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친화형 매장을 통해 국내 시장에서 삼성의 새로운 모습을 알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