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품질 좌담회]"스마트폰 시대 데이터품질 확보는 필수"

스마트폰의 확산과 함께 공공과 민간의 정보 활용 사례가 급속히 늘고 있다. 정보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그동안 방치되다시피한 데이터 품질 문제도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 시대에 잘못된 데이터를 활용하면서 국민의 삶이 자칫 혼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 품질 확보를 위해서는 데이터 값 자체의 품질 확보가 시급하다. 지속가능한 데이터 품질 확보를 위한 데이터 관리 체계 수립도 절실하다.

전자신문과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은 앞으로 4회에 걸쳐 기업 · 공공기관 · 금융권의 데이터 품질관리 현황을 짚어보고 데이터 품질관리 확산방안을 모색한다. 또 DB품질관리 현황을 파악하고 모범 사례를 발굴해 국내 DB품질 관리 수준을 향상시키고자 한다.

그 첫 회로 학계와 산업계, 공공기관 전문가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스마트 시대 블루오션을 찾아라`를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를 열고 데이터 품질 이슈와 향후 정책 대안 등을 제시했다.



<참석자>

김선호 명지대 교수

박주석 경희대 교수

양재수 경기도 정보화기획단 보좌관

이해석 데이터 품질관리포럼 회장

조광원 DB산업협의회컨설팅분과 위원장

한응수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 원장

(이상 가나다 순)

사회:장지영 전자신문 컨버전스팀장



◇사회(장지영 전자신문 컨버전스팀장)=최근 모바일 앱, 스마트워크 등 IT 산업 생태계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새로운 생태계의 전제 조건 중 하나가 양질의 데이터베이스(DB) 구축 · 운영이라 생각한다. 최근의 경제 사회 패러다임에서 DB의 역할은 무엇인가.

◇한응수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장=최근 정부의 화두는 공정한 사회다. 공정한 사회의 필수 조건은 투명한 정보의 공개와 공유라고 생각한다. 정보의 공개와 공유의 기반은 DB다. 산업 경제 활동, 문화 활동, 연구 개발 등 사회 전 분야에 있어 공정한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첫 걸음이 해당 분야의 DB 구축 · 운영이라 생각한다.

◇양재수 경기도 정보화기획단 보좌관=스마트폰의 보편적 보급, 소셜 미디어의 확대 등으로 국민은 정부 정책의 수혜자에 머물지 않고 정책 발의자로서의 역할을 하는 시대다. 정책 프로슈머 현상이 벌어지고 있으며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축적하고 공유하는데 DB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새로운 정보화 사회에서 스마트 사회 이야기를 많이 한다. 여기에는 4박자가 맞아야 한다. 먼저 저탄소 녹색 성장, 교통체증 감소, 업무 생산성 증대를 들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스마트워크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와이파이 망, 스마트폰, 태블릿 PC, 스마트 TV 등은 스마트워크 환경의 중요한 요인이다.

DB는 네 번째 요소다. DB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체계적으로 구축된 콘텐츠가 데이터 품질을 높인다.

◇이해석 데이터 품질관리포럼 회장=기업에서 전산 담당을 하다 보니 회사의 주요 의사 결정 과정을 보면 5~6년 전 만해도 경험에 의한 의사결정체제였다. 다른 회사는 어떻게 하는지에 많이 의존했다. 최근에는 데이터에 의한 의지사결정이 늘어났다. 데이터는 사람과 같이 쓰면 쓸수록 데이터의 맛을 알게 된다.

엔터프라이즈데이터웨어하우징(EDW)을 처음 도입했을 때 현업에서 통계를 뽑았더니 현업이 데이터 오류나 품질을 보기 시작했다. 직접 분석을 하다 보니 분석의 깊이가 깊어졌다. 경영진은 과거의 데이터를 보는 게 아니라 미래를 알고 싶어 한다. 하지만 과거를 알아야 미래를 볼 수 있다. 데이터의 주인은 IT가 아니라 현업이다. 현업이 데이터를 스스로 써야 데이터의 품질이 높아지고 수준이 높아진다.

◇김선호 명지대 교수=스마트 비즈니스, 모바일 앱 등 새로운 정보기술 환경에서 DB의 존재는 필요조건으로 떠올랐다. 양질의 데이터베이스가 없으면 스마트한 비즈니스를 영위할 수 없는 시대다. DB의 역할은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 기본이 튼튼해야 응용도 활성화된다. 스마트 툴이 발전해도 기본이 탄탄해야 한다. 기술이 앞서가지만 현실이 따라주지 않는다. 정부가 제도적으로 만들어 주는 역할이 필요하다.

◇사회=사회가 복잡해지고 경제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DB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DB 산업이 안고 있는 여러 과제 중에서도 데이터 품질 문제가 데이터베이스 산업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데이터 품질은 어떠한가.

◇한응수=지금까지 우리나라의 DB 정책은 양적인 물량 확대에 집중해온 것이 사실이다. 데이터 품질에 관심이 있는 포커스 그룹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0년도 데이터 품질 수준이 1레벨로 이제 겨우 데이터 품질 관리 체계를 도입하는 수준이다. 전 산업을 대상으로 하면 이보다 훨씬 떨어진다.

◇사회=이를 해결하기 위한 첫 걸음은 데이터 품질에 대한 인식 제고라고 생각하는데 그 방법은 무엇인가.

◇박주석 경희대 교수=데이터 품질을 제고한다는 것은 경영 측면에서의 투자를 의미한다. 투자를 했을 때 돌아오는 효과에 대한 인식이 중요하다. 지난 5개월간 데이터 품질의 경제적 효과 연구를 수행했다. 그동안 국내에서 한 번도 이 같은 조사를 해보지 않았는데 이번에 마무리했다.

여기서 우리나라 데이터베이스의 품질 수준이 모두 1레벨로 올라가면 약 58조9000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기업도 마찬가지로 데이터 품질의 경제적 효과를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김선호=세계 동향을 보면 우리나라는 데이터 품질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하지만 표준화 정도에 그치고 있다. 미국은 2002년 정부 차원에서 공공 정보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정부 차원에서 질 높은 데이터 제공에 대한 지침이 나왔다. 데이터 퀼리티 프레임워크를 만들며 구체적으로 실행방안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표준만 적용하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국제표준기구 ISO에서도 2007년 데이터 품질 표준을 제정하기 위한 ISO8000 활동이 시작됐다. 이제 데이터 품질 관리는 글로벌 스탠더드로서 기업 활동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글로벌 활동을 전제로 한 기업은 데이터 품질을 고려해야 할 시기다.

◇조광원 DB산업협의회컨설팅분과 위원장=아이폰으로 관상을 보는 애플리케이션이 있다. 이 서비스 콘텐츠가 신빙성이 없었다면 거의 이용을 안 할 것이다. 데이터 품질에 문제가 있었다면 돈이 안 되는 사업이었다. 일기예보가 틀린다면 보지 않는다.

하지만 데이터 품질에 대한 인식은 매우 더디다. 데이터 품질 인증이나 개인정보보호 지침 등이 필요하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할 때 개인정보가 얼마나 노출되는지 데이터 품질과 맞물려 제도적 부분이나 학계에서의 적극적인 인력 육성책이 필요하다.

◇사회=우리나라 DB 산업의 규모나 데이터 품질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정부의 정책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의 정책 현황은 어떠한 것이 있고 향후 어떠한 정책이 필요한가.

◇한응수=현재 데이터 품질에 관련된 정부의 정책은 문화부의 데이터베이스 산업 육성 일환으로 추진되는 데이터 품질 고도화사업과 행안부의 국가DB 품질 제고사업이 대표적이다.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은 데이터 품질 무료 진단, 우수 데이터 품질 시상, 데이터 품질관리 인증, 데이터 품질 콘퍼런스 개최 등을 추진하고 있다. 새로운 정책 발굴과 함께 기존 정책을 활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처 간 협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조광원=지난 3월 문화부, 행안부, 방통위 3개 부처가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에 `공공정보 민간 활용 촉진` 계획을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문화부와 행안부가 공공정보의 데이터 품질 제고를 위해 역할을 분담했다.

공공정보는 공공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산업적으로도 가치 있는 정보로서 공공정보화의 임무를 수행하는 행안부와 국내DB 산업의 육성을 맡고 있는 문화부의 정책 융합이 필요하다. 특히 공공 부문의 데이터 품질 제고를 위한 양 부처의 협력이 절실하다. 특히 데이터 품질 인증은 개발 부처의 자기 선언적 인증보다는 서드파티를 통한 데이터 품질 인증의 객관성 담보가 중요하다.

◇김선호=공공정보를 민간이 쓰게 하려면 품질에 문제가 있다.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개방하도록 단계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민간 활용을 촉진한다지만 실행적인 측면에서 구체적인 활동이 없다. 미국은 대통령 직속 기관인 예산처(OMB)에서 데이터 품질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프레임워크를 만들었다. 우리는 국가DB포럼에서 이런 것을 해주면 좋겠다. 전체적인 품질관리에 대한 프레임워크가 있어야 한다.

국가 표준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기술표준원의 정책이 있으나 전체 산업의 표준을 다루다 보니 데이터 품질 표준화 정책이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DB 산업 육성 차원에서 문화부의 데이터 품질 국제 표준화 사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아울러 DB 표준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이 나와 전 부처와 전 산업의 데이터베이스가 마치 하나로 움직이게 할 수 있는 DB표준 프레임워크를 만들어야 할 때다.

◇박주석=공공정보 민간 활용 촉진 계획이 기폭제가 될 수 있다. 그러려면 2가지가 필요하다. 유통체계와 품질이 제대로 돼야 한다. 실제로 데이터를 갖고 있는 공공기관에서 데이터를 내놓으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각 부처에 중요한 데이터를 내놓고 싶은 마음은 얼마나 있는지 의문이 간다. 전자정부법 시행령에 지엽적이나마 데이터 품질 점검을 권고하고는 있으나 이것으로는 미흡하다. 현재 활동 중인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를 통해 데이터 품질에 대한 국가차원의 정책 요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한응수=건국대에 데이터 품질 툴을 기증했다. 한 반에 30명이 정원인데 100명이 신청했다. 지티원에서 3명이 인턴십을 했다. 대학에서 가르치려 해도 실습하려는 SW가 없다. 9개 대학에서 진행했는데 SW 없는 곳에 지원하고 산학 협동, 인턴십에 취업까지 연결한다. 10여 대학에서 요청한다. 교수가 가르칠 수 있는 커리큘럼이 편성돼야 한다. 현업 쪽에서는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 중 · 고급 인력은 향후 2, 3년 내에 2만명이 필요하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대학에서 중 · 고급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몇 천명 수준이다.

◇이해석=데이터베이스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금융기업의 데이터 품질관리 성숙 수준은 1.3 레벨로 타 산업에 비해서는 높지만 IT 투자비용을 고려할 때 결코 높은 수준이라 할 수 없다. 특히 은행권은 바젤II 승인 요건에 데이터 품질관리가 포함돼있지만 문서 위주로만 진행했다. 금융감독원 등에 지속적인 금융 데이터 품질 정책을 요구해야 한다.

◇조광원=데이터 품질과 관련된 강의를 한다. 데이터 품질에 대한 것을 IT담당자가 아니라 최고의사결정자가 알아야 한다.

◇한응수=현재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은 데이터 품질관리 인증 제도를 운영해 올해 기업은행, 대한주택보증,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등에 데이터 품질관리 인증서를 수여했다. 현재 관리 인증은 다소 무거운 면이 있는데 현재 소규모 정보시스템에 적합한 인증체계를 개발 중에 있다. 향후 정보시스템의 대소를 불문하고 적용할 수 있는 통합인증체계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양재수=지역에 소재한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데이터 품질 관련 정보가 취약하고 데이터 품질 관련 교육이나 세미나를 지역별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

◇이해석=금융기관의 공장은 IT다. 금융기관 사고는 모두 데이터 사고다. 보험증권에 숫자 0 하나만 잘못 써도 엄청난 피해가 온다.

◇김선호=서울시나 경기도도 마찬가지다. 공공정보를 내놓으라 하면 못 내놓는다. 효과를 보려면 지침을 줘야 한다. 데이터 품질 법규를 마련해야 한다. 민간이 활용할 수 있도록 품질을 높이는 활동을 하라고 기간을 줘야 한다. 방법론도 제시해야 한다. 이는 주변 여건을 성숙시켰을 때 가능하다.

◇한응수=공무원이 데이터베이스 공개를 꺼리는 것은 확실하다. 진단 자체를 받아보고 결과를 오픈해서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국가 DB포럼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 인증 제도를 운영 중이다. 과거에는 프로세스 인증만 하다가 조금 더 기초단계의 데이터 값에 대한 인증도 한다. 제도를 만드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규정이 필요하다. 문화부 문화산업진흥법 고시로 추진 중이다. 법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근거법으로 DB산업육성법을 준비 중이다. 이번 정기국회에 추진 중이며 실무적으로 다듬고 있는 단계다.

◇사회=마지막으로 마무리 말씀을 부탁한다.

◇양재수=신뢰 높은 데이터베이스랑 데이터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패러다임 변화 인식이 필요하다. 트라이버전스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트워크다. 여기에 데이터베이스를 추가해 쿼드버전스에 대한 인식과 체계 준비를 해야 한다.

◇이해석=데이터 품질관리 전문가, 품질관리 인증 등 시장에서 IT감사인 DB품질전문가에 대한 인식이 미흡하다. 행안부나 금융감독원과 함께 기반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공 측면에서의 역할이 매우 크다.

◇조광원=작년에 DB산업협의회를 출범해 70여 DB사업자가 산업 육성을 위해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특히 컨설팅 분과에서 컨설팅대가기준, 데이터 품질제도연구, 컨설팅 전문인력 양성 등의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DB산업협의회도 데이터 품질관리 정책에 앞장서겠다.

◇김선호=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애플리케이션 분야는 잘 발전했다. 그것을 잘 활용하려면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우리가 뒤떨어지지 않았다. 국제회의에 가보면 데이터 품질에 대해 말하는 나라는 별로 없다. 우리가 ISO에서 선점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IT선진국으로서 이 부분에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 정부 차원의 지원이 미비하다. 우리가 레퍼런스할 곳이 별로 없다.

◇한응수=금융권인 기업은행과 주택보증 두 곳에서 프로세스 인증을 했다. 자신있는 곳은 인증을 신청한다. 공공기관도 0.9레벨이지만 잘하고 있는 곳도 있다. 앞장서서 할 수 있도록 DB를 관장하고 있는 행안부와 문화부가 힘을 합쳐 제도화하면 될 것이다. 우리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사회=과거 품질이라는 용어는 유형의 재화에서만 사용되었으나 무형의 세계에서도 매우 중요한 개념으로 등장했다. 오늘 이 자리는 데이터 품질에 대한 중요성과 역할을 다시 확인하는 좋은 기회였다. 현장의 직원을 비롯한 정책 입안자의 인식 전환을 줄 수 있는 기회이기를 바란다.

정리=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