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들 "원高 아직은 견딜만"

국내 주요 기업들은 원화 강세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향후 환율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자업계는 지금 환율은 예상했던 수준인 만큼 타격은 없으나 급격한 원화 강세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27일 삼성전자 관계자는 "해외에서 생산ㆍ판매하는 비중이 높아서 과거에 비해 환율 영향이 많이 줄어들었다. 그렇지만 환율 변동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LG전자 고위 임원은 "올해 원ㆍ달러 환율을 평균 1150원 수준으로 보고 사업계획을 세웠다. 아직까지는 예측한 범위에서 움직이고 있어서 큰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이 임원은 "1100원대에서 단기적으로 환율이 오르내리는 것은 대처할 수 있지만 환율 하락이 장기간 지속되면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환율 전쟁에 대비해 각 지역본부와 금융팀에서 환율을 면밀히 모니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도 상황은 비슷하다. 그룹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사업계획을 짜면서 평균 환율을 1110원으로 예상했다. 현대ㆍ기아차 전체로 환율이 10원 내려가면 2000억원 정도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추산되지만 올 연말께 1100원 밑으로 내려가는 시나리오도 세워 놓은 만큼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원화 강세로 매출액이 다소 줄어들 수는 있지만 종전 고환율 상황에서도 환율 착시 현상을 유의하면서 경영을 해온 만큼 문제가 없다는 분석이다. 항공사들은 원화 강세를 반기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달러 수입 대비 달러 지출이 약 20억달러 많고 달러화 부채가 50억달러인 만큼 환산이익 등을 고려할 때 원화값 상승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한국발 여행 수요가 늘어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아시아나항공 측도 "항공기 임차료 등 달러화 기준 결제가 많기 때문에 원화값이 10원 오를 때마다 손실폭이 68억원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온다. 현재 원화 강세는 매우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대부분 기업들은 올 연말이나 내년에는 원화가 지금보다 더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그룹은 최근 가진 사장단회의에서 달러당 원화 환율을 올해 1158원에서 내년 1110원으로 전망하고 이를 기준으로 각 계열사가 내년도 사업계획을 세우도록 했다. 원화가 저평가돼 있고 한국 경상수지 흑자와 중국 위안화 절상 움직임 등이 원화 강세 쪽으로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시각이다.

수출기업들은 원화 강세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휴대폰 수출업체 팬택 관계자는 "연내에 원화값이 달러당 1100원을 깨고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 그 후에는 1000~1100원 사이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원화 강세 때는 휴대폰 제조를 위한 부품 수입 때 자연스럽게 환헤지가 되지만 근본적으로는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며 "아웃소싱을 늘리는 것을 포함해 종합적인 환헤지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매일경제 김대영 기자/박승철 기자/황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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