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옵션 파생상품 `키코(KIKO)` 피해로 인한 수출 차질액이 수조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정태근 의원실이 키코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중소기업중앙회와 공동으로 이달 중순 실시한 `키코 피해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 8월 말 현재 키코 피해 중소기업 68개사의 수출 차질액 규모는 4조3000억여 원으로 파악됐다. 업체당 633억원 꼴이다.
이들 업체가 수출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은 키코 피해로 인한 유동성 고갈로 자재 구입비 등 생산 진행을 위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으로 조사됐다. 업체당 평균 자금 부족 규모는 47억원이었다.
키코 피해로 인한 경영 악화도 심각했다. 피해 업체들을 대상으로 올해 예상 수출 실적을 조사한 결과 글로벌 경기 회복과 키코 손실 만회를 위한 적극적인 영업활동 등에 힘입어 수출 실적이 지난해보다 2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업체별 당기순이익은 10%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수출업체의 21%는 수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당기순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정태근 의원실은 "이 같은 경영 악화는 피해 업체들이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생산원가에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키코 피해 외에도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금융비용 증가도 경영 악화의 주된 요인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대상 업체의 40%가 연 6% 이상 고금리를 적용받고 있었으며, 연 10% 이상 대출금리를 적용받는 업체 비율도 6.3%에 달했다.
현재 패스트트랙(Fast Track) 대출 규모는 업체당 평균 72억원으로 조사됐다. 패스트트랙은 키코 피해로 유동성 위기를 겪는 중소기업을 신속하게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올 연말 종료될 예정이다.
정태근 의원은 "올 연말로 패스트트랙 지원이 끊기면 유동성 부족으로 시달리고 있는 키코 피해 업체들이 원금 상환 압박까지 받게 된다"며 "생산자금 지원과 동시에 패스트트랙 지원도 추가 연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공대위 소속 237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응답 업체는 95개)한 것으로, 수출 차질 규모와 자금 수요 조사 등 수출기업 지원 목적에서 이뤄진 실태조사로는 최초다.
정 의원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3%나 되는 우리나라에서 수출기업들이 사라져가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라며 "국회 차원에서 패스트트랙 연장 및 무역보험공사를 통한 수출보증지원을 실시해 수출 중소기업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이를 위해 `통화옵션 및 환변동보험으로 인한 환손실기업 수출신용보증기금법안` 대표발의를 준비 중이다.
[매일경제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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