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지능로봇연구소(소장 김대진)와 일심글로발(대표 유만현)이 최근 공동으로 개발한 유리창 청소로봇 `윈도로(WINDORO)`는 그동안 바닥 청소로봇이후 잠잠했던 생활분야 상용화로봇개발 활성화에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로봇연구소와 섬유기업의 만남, 즉 전통산업에 IT를 접목해 얻어낸 결실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아울러 발상의 전환을 통해 유리창 청소로봇이 극복하지 못했던 기술적 한계를 넘었다는 점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통과 첨단의 만남=총 3억원의 사업비로 개발된 윈도로는 포항지능로봇연구소 지능형융합로봇팀 소속 연구원과 일심글로발 직원 10여명이 1여년을 밤낮없이 꼬박 매달려 나온 성과다.
원래 경북 경산소재 일심글로발은 섬유회사다. 주로 청소용 초극세사를 생산해 이 제품만으로 연간 1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다. 주로 수출을 하다보니 해외 영업망이 탄탄하다.
이번 유리창 청소로봇은 일심글로발이 자사의 극세사를 적용할 새로운 사업을 찾다가 포항지능로봇연구소와 손을 잡게 된 케이스다.
연구소는 기술을 제공하고, 일심글로발은 개발한 청소로봇을 국내외에 판매하는 역할을 맡기로 한 것이다. 연구소는 제품 판매액의 3%에 해당하는 기술료를 받음으로써 재정자립기반을 다지게 됐으며, 청소로봇에 소모품으로 들어가는 초극세사는 일심글로발이 전량 공급하기로 했다.
섬유라는 전통산업이 지능형로봇이라는 첨단기술과 만나 이뤄낸 IT융복합의 성공사례이다.
◇발상의 전환으로 기술한계 극복=유리창 청소로봇은 사실 국내외에서 대학 연구소나 개인 발명가에 의해 시도가 많이 됐던 아이템이다. 상용화단계에 도달하지 못한 이유는 진공흡착방식을 이용하다보니 안정성과 이동성이 떨어졌고, 진공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드는 에너지소모가 크다는 점이다.
윈도로는 진공흡착방식 대신 영구자석방식을 채택했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그동안 기술적 한계로 지적돼 온 추락위험과 전력소모, 이동성 등을 동시에 해결했다.
정광목 지능형융합로봇팀장은 “일심글로발의 아이디어로 영구자석방식을 채택한 결과 전력공급과 안정성, 이동성 등을 한꺼번에 해결했다”고 말했다.
일심글로발은 이미 유럽 판매업자에 2500대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내년 상반기 중에 독일 홈쇼핑 채널인 `HSE24`에서 선보이고, 독일 방문판매업체인 `TVS사`에도 공급할 방침이다.
국내에서는 황사가 시작되는 4월쯤에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2, 3년안에 연간 10만대를 생산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AS 등 풀어야할 과제도 많아=그러나 윈도로는 청소로봇이지만 자력조절장치와 충돌감지, 자세측정, 거리측정센서, 추락방지 기능 등 첨단 기술의 합작품인 만큼, 사후 AS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본격 출시될 때까지 세밀한 검증과정을 거쳐 보안을 해나가야 한다.
아울러 최근 치솟은 원자재가격에 대응해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해야한다. 청소로봇 가격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마그네틱과 모터가격이 최근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정 팀장은 “원자재가격이 내리지 않으면 양산을 통해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유리창 청소로봇은 가정은 물론, 고층아파트와 쇼윈도 등 바닥 청소로봇보다는 훨씬 시장 규모가 크다고 보고, 시장진입에 성공한다면 국내 실용화 로봇산업계에도 큰 파장을 불러 올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