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가 최초로 `삼성` 브랜드를 붙인 채로 일본시장에 진출한다.
28일 전자통신업계에 따르면, 갤럭시S는 일본 1위 이동통신사업자인 NTT도코모를 통해 다음달 5일 출시된다. 대리점을 통한 본격적인 판매는 다음달 말부터다.
특히 `외국산 폰의 무덤`으로 불리는 일본 휴대폰 시장에서 갤럭시S가 최초로 `SAMSUNG`이라는 표기를 한 채로 팔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일본은 이동통신사가 절대적인 `갑`의 위치에서 이통사 규격에 맞춘 하드웨어 제작을 휴대폰 제조업체에 요구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그동안 옴니아 등 일본 시장에 진출했던 삼성 휴대폰은 삼성 로고를 뺀 채 출시돼 왔다. 그러나 NTT도코모는 이번에 이례적으로 삼성이라는 표기를 수용했다. 이는 전 세계 100여 개국, 110여 개 이통사에 공급하는 등 전례없는 주문 기록을 경신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갤럭시S를 만든 삼성의 브랜드 파워를 인정한 것이다. 일본에서 애플 아이폰을 견제할 마땅한 대항마를 아직 찾지 못했다는 점도 작용했다.
NTT도코모는 앞으로 갤럭시S를 대거 투입해 아이폰을 일본에 들여온 소프트뱅크로부터 시장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생각이다. NTT도코모는 지난 4월부터 소니에릭슨의 스마트폰 `엑스페리아 X10`을 판매하고 있지만 아이폰에 크게 밀리는 상황이다. 소프트뱅크도 아이폰3G 출시 초기에는 시장반응이 기대를 밑돌자 아이폰의 가격을 대폭 낮춘 판촉활동을 펼쳤고 이 같은 마케팅에 힘입어 그 후 판매가 크게 늘었다.
NTT도코모는 갤럭시S와 엑스페리아 X10을 합쳐서 올 연말까지 100만대를 팔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는 올 한 해 일본 내 전체 스마트폰 판매 예상 물량(386만대)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일본은 휴대폰 연간 시장 규모가 4000만~5000만대에 이르는 거대 시장이지만 샤프, 파나소닉, NEC 등 자국 업체가 시장의 95%를 차지할 만큼 외산 브랜드에 배타적이다. 이 때문에 노키아가 지난해 철수했으며 애플 아이폰도 가격이 높았던 아이폰3G 때는 참패를 맛봤다. 삼성도 `옴니아팝` 등을 출시했던 옴니아 시절에는 고전했다.
갤럭시S는 지난 6월 싱가포르 싱텔을 통해 처음 출시된 이후 이제는 아이폰과 겨루는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잡고 있다. 영국 보다폰, 프랑스 오랑주, 독일 도이치텔레콤, 스페인 텔레포니카 등 각국 1위 이통사에 공급되면서 더욱 힘을 발휘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버라이존, AT&T, 스프린트, T-모바일 등 4대 사업자가 순차적으로 출시했다. 러시아의 MTS를 비롯해 인도, 중남미 등 신흥시장 사업자에도 갤럭시S가 공급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태블릿PC `갤럭시탭(GALAXY Tab)`도 NTT도모코를 통해 올해 안으로 일본시장에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NTT도코모는 다이닛폰인쇄와 공동으로 출판사, 신문사 등으로부터 약 10만개의 콘텐츠를 확보해 전자책(eBook)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갤럭시탭과 콘텐츠 이용권 등을 세트상품으로 만들어 가전양판점이나 휴대폰 대리점을 통해 판매할 계획도 세워놨다.
갤럭시탭은 갤럭시S의 돌풍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양복 안주머니에 들어가는 7인치 크기인 갤럭시탭 사이즈는 태블릿PC의 표준으로 굳어지는 추세다. 삼성은 버라이존, AT&T, T모바일, 스프린트 등 미국 4대 이통사와 보다폰, 도이치텔레콤, 텔레포니카, 오랑주 등 유럽 이통사와도 출시 계약을 맺었다. 중국, 아시아, 중남미 등 주요 이통사에도 공급할 예정이다. 국내에는 SK텔레콤을 통해 다음달 10일 이후로 시판할 예정인데 출시가는 90만원대의 갤럭시S보다 15만~20만원가량 높은 수준에서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매일경제 김대영 기자/황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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