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오션으로 변한 앱스토어를 다시 블루오션으로 만들겠습니다.”
애플 앱스토어 열풍으로 떠들썩했던 올해.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자 이야기는 종종 화제가 됐다. 아이디어 하나로 앱을 만든 고교생이 수천만원을 벌었고, 3D 직종인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1인 기업으로 변신하는 성공스토리가 줄을 이었다. 그러나 앱의 수가 늘수록 빛 한 번 보지 못하고 이용자로부터 외면받는 앱 역시 늘며 앱스토어가 레드오션으로 변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앱스토어를 다시 블루오션으로 바꾸는 방법을 전파하겠다고 나선 이가 바로 지킬닷컴의 정승일 대표(38)다.
대학에서 섬유공학을 전공한 뒤 IT 업계에 투신한 그는 SW 업계에서는 드문 `아이디어형 인재`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자세금계산서를 만들었고, 지난해에는 SK텔레콤에서 주최하는 앱스토어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최근에는 국가적인 SW 인재를 길러내겠다는 목표로 추진 중인 `SW 마에스트로`들을 교육시키는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정 대표는 “가까운 미래에는 돼지고기 · 튀김가루 · 당근 등 각종 재료만 사면 요리책을 보고 탕수육을 만들 듯 특정 기능을 갖춘 애플리케이션을 서로 끼우기만 하면 내가 원하는 융합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가령 버스 정류장을 검색하는 앱인 `서울버스`와 주변 음식점을 찾는 앱인 `배달통`의 기능을 갖춘 앱을 하나로 결합하는 경우, 기존 프로그래밍 방식으로는 양쪽의 소스코드를 해체해 통신표준을 통일하는 등 방대한 작업이 필요하지만, 새로운 프로그래밍은 이 같은 복잡한 작업을 생략하고 마치 한글 문서에서 특정 단어를 복사해 단어를 붙여 넣는 식의 간단한 수고만 하면 된다는 것. 누구든 쉽게 앱을 창조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SW에 대한 기술적 지식을 연마하는 게 아니라 어떤 앱이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데 보다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지론이다.
그는 구글이 가진 개방성이 이 같은 앱의 미래를 실현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구글 안드로이드 플랫폼에 들어 있는 자이고트(Zygote · 접합자)를 통해서다. 자이고트는 앱의 기능을 담을 수 있는 빈껍데기로 앱의 빠른 구동을 돕는다. 앱을 구성하는 분자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다른 앱과 자유롭게 결합할 수 있는 개방적인 구조를 갖췄다.
그는 “자이고트를 이해하면 다른 앱을 재사용할 수 있고, 내가 만든 앱의 여러 기능 중 하나를 떼어내 다른 앱과 융합하는 작업이 가능하다”며 “기존에 100개의 앱이 있다면 이론적으로는 1만개의 새로운 앱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복잡한 기능의 앱을 1명이 일일이 다 구현하기 보다는 이미 나와 있는 앱간 결합을 통한 시너지를 연구하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앱스토어에서 돈을 버는 방식도 바뀔 것이라고 예견했다. “종래에는 앱을 내려받는 이용자들에게 건당 몇 달러씩 돈을 받는 구조지만 향후에는 내 앱을 다른 이들에게 개방해 새로운 앱을 만드는 것을 돕고 그 대가로 새로운 앱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나누는 구조가 될 것”이라며 “한국에는 비빔밥 정서가 있기 때문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고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SW멘토단으로 학생을 가르치며 단순히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방법뿐 아니라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이른바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는 방법도 함께 전수하고 있다.
그는 이 같은 변화를 잉태할 씨앗을 조용히 심어 놓은 구글이 “소름끼치게 무섭다”고 했다. 그래서 회사 이름도 구글(Google)의 이니셜 G에 죽인다는 뜻의 킬(Kill)을 결합한 지킬(GKill)로 지었다. 구글을 뛰어넘을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