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DNA(하) 제품 차별화

삼성전자가 주요 제품에서 40%를 넘는 점유율로 시장 수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단순히 기존 제품을 개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개념의 제품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나가는 상황이다. 지난 2월 출시한 3DTV는 6개월 만에 판매량 100만대 고지를 넘어섰다. 스마트폰 갤럭시S도 초반 바람몰이에 성공하면서 역시 `밀리언셀러`에 등극했다. 전자 제품의 패러다임을 주도하는 `시장 선도자`로서 자리를 확실히 굳힌 것이다. 비결은 앞선 품질과 차별화에서 찾을 수 있다. 가령 국내 시장에 내놓은 스마트TV는 국문 앱이 영문 앱과 같은 40여개에 달한다. 스마트폰은 DMB 기능 등으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시장 돌풍의 주역 `삼성 3DTV`=지난해 말 영화 `아바타`의 흥행으로 영화뿐 아니라 세트 · 부품 · 방송 등 3차원 입체와 관련된 모든 업계가 일제히 들썩거렸다. 삼성전자는 발 빠르게 3DTV를 출시해 100만대나 팔았다. 지난 2월 출시 후 6개월 만의 일이다. 국내 반응도 좋다. 3DTV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3DTV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원인으로는 다양한 제품 구성, 예상을 뛰어넘는 마케팅을 꼽을 수 있다. 삼성의 강점은 다양한 라인업이다.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전시회 `CES 2010`에서 삼성전자는 LED · LCD · PDP 등 다양한 패널 기반의 3DTV를 공개했다. 이른바 `3DTV 삼각편대`로 불리는 이들 제품은 기술 측면에서 우위를 점했다. 디스플레이 크기도 다양하게 구성했다. 경쟁 업체들이 초기 2~3종을 선보일 때 삼성은 두 배 이상의 라인업을 갖췄다.

마케팅도 승부를 가르는 기준이었다. 3D 대중화를 촉진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삼성전자의 3DTV를 선택했다. 5월에는 직접 한국을 찾아 TV 제작 현장까지 방문해 삼성 제품에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이는 소비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고, 덩달아 판매량도 늘어났다.

국내 마케팅도 경쟁업체에 비해 한발 빨라 호응을 얻었다. 남아공월드컵 당시에는 3DTV 주문 시 당일 배송 · 설치하는 전략을 펼쳤다. 오전에 주문하면 저녁에 안방에서 3D로 축구경기를 볼 수 있었다. 이는 이미 꼼꼼하기로 소문난 삼성전자의 사후 서비스(AS)와 더불어 소비자의 마음을 잡기에 충분했다.



◇변화의 바람을 넘은 `삼성 스마트폰`=스마트폰 열풍은 피처폰에 집중했던 기존 휴대폰 업체에 큰 위협이었다. 휴대폰 사용 패턴이 단순한 전화 걸고 받기에서 PC를 대체하는 쪽으로 진화하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졌다. 점유율 1위를 달리던 노키아가 급격히 추락한 반면에, 애플 · 구글 등이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삼성은 `갤럭시S`를 앞세워 변화를 주도했다. 지난 6월 출시된 갤럭시S는 두 달 반 만에 글로벌 시장에 300만대 이상 판매됐다. 국내 시장에서도 9월까지 100만대 넘게 팔렸다. `옴니아` 시절부터 시행착오를 거친 삼성 스마트폰 사업이 갤럭시S를 통해 빛을 본 것이다.

이는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옮겨가는 트렌드를 발 빠르게 포착한 덕분이다. 갤럭시S를 출시하면서 삼성은 애플리케이션으로 대변되는 콘텐츠 확충에 공을 들였다. 다른 스마트폰의 경우, 사용자가 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찾기 위해 추가 시간을 들여야 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소비자 요구에 부응하는 생활 친화형 애플리케이션을 기본으로 장착했다. 교보문고와 협력해 내놓은 `교보 eBook`, 12개 언론사 뉴스를 담은 `온뉴스` 등은 갤럭시S에서 맛볼 수 있는 대표적인 앱이다.

삼성은 스마트폰 사용 활성화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직장인들이 스마트폰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기본 사용 요령과 알아두면 좋을 팁을 전하는 `아카데미`를 열었다. 주부를 위한 설명회도 개최해 호응을 얻는 데 성공했다.



◇`국내 유일`이라는 자존심, `삼성 카메라`=삼성은 카메라를 개발 · 생산하는 유일한 국내 업체다. PMP를 대체하는 카메라, `셀카`를 찍을 수 있도록 앞면에 모니터를 탑재한 카메라 등 삼성 카메라는 제품 자체로 혁신을 주도해왔다. 단순히 앞에 있는 피사체를 담는 것이 카메라 역할이라는 통념을 보기 좋게 뒤집은 결과다.

지난해 출시된 `ST550` `ST500`은 삼성의 가치를 대변하는 대표 제품이다. 이 제품은 자신의 모습을 직접 사진에 담고 싶은 사용자들이 늘어나는 풍토에 착안, LCD를 앞면에 장착했다. 이 제품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구매가 늘어나면서 콤팩트 카메라 단일 모델로는 이례적으로 100만대 넘게 판매됐다. 국내 시장에서도 약 50%에 달하는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미러리스(하이브리드) 카메라 시장에도 눈을 돌렸다. 기존 업체들이 콤팩트와 DSLR라는 둘로 나뉜 구조에 집중하고 있을 때 삼성은 과감하게 신 시장을 개척했다. 올해 초 삼성은 `NX10`을 시작으로 미러리스 시장 공략에 나섰다. NX10은 전 세계적으로 20만대 가까이 판매되며 고급 기종에서 가능성을 증명했다. 자신감을 반영하듯, 9월에는 후속 제품인 `NX100`도 내놨다. `아이펑션(i-Function)`이라는 신개념 렌즈도 선보였다. 이 제품들은 기존 타사 기기와 확실한 차별을 보이며 전 세계 카메라 사용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강병준 · 박창규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