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베이비 패`는 심혈관 기형(좌심실형성부전)을 안고 태어났다. 심장을 바꿔야 했다. 다급했으되 이제 막 태어난 `베이비 패`에게 걸맞을 사람 심장을 구할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그녀에게 엉뚱하게도 개코원숭이의 심장이 이식됐다. 그녀의 개코원숭이 심장은 20일을 넘기지 못했다(342~343쪽).
시술자는 외과의사인 레오나르드 베일리였다. 그는 `베이비 패`의 생명보다 자기를 널리 알리는 데 관심이 더 많았던 모양이다. `베이비 패`에게 걸맞은 사람 심장을 찾지 않고 방송용 화젯거리인 이종(異種) 이식에 눈을 돌렸다.
베일리는 종(種)이 다른 동물 간 장기 이식을 160차례나 시도했으되 모두 실패했다. 염소의 장기를 다른 염소에 100차례나 옮겨 심었지만 역시 모두 실패했다. 심지어 사람과 동물 간 장기를 이식한 경험도 없었다. 그런데… `베이비 패`에게 `멋대로` 개코원숭이 심장을 이식했다. 오만!
1992년, 미국에서 돼지 신장을 개에게 이식하는 시술이 있었다. 이탈리아 과학자들도 양의 간과 쥐의 심장을 각각 돼지 · 닭에 옮겨보았다. 모든 동물이 죽었다. 1993년, 미 피츠버그대학 스타즐 박사가 개코원숭이 간을 사람에게 이식했다. 환자는 26일 만에 사망했다.
지은이는 `난장판(342쪽)`이라고 보았다. 무책임하고 오만한 동물 간 장기 이식이 왜 거듭될까. 탐욕!
동물실험은 거대산업(151쪽)이다. 사람의 질병을 치료하는 법을 알기 위한 피할 수 없는 선택은 그저 겉치레다. 매년 수천억달러씩 수익을 내는 제약 · 의료 · 동물 공급업체와 과학기술자 간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관계가 속치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람이 아닌 영장류를 대상으로 화학전 해독제 효과를 증명`하거나 `사람의 구토를 통제할 때 쓰는 침술과 약을 흰족제비에게 시험`해보는 일까지 벌어졌다. 사람을 통해 이미 확인한 효능을 동물에게 적용해본 것인데 이게 동물을 위한 실험인가.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인가.
쓸데없는 일이다. 국가기관이 실험비를 댔다면 세금 낭비겠고. 그 증거는 많다. 너무 많아 차고 넘친다.
사람에게 유용한 항생제 스트렙토마이신은 새끼 쥐 다리에 기형을 유발했다(115쪽). 상습적으로 스테로이드를 쓰면 사람은 부신(콩팥 위 내분비샘) 기능이 떨어지고 골다공증이 일어나지만, 개는 간이 나빠지고, 고양이는 당뇨병에 걸린다(117쪽). 쥐 · 토끼 · 개 · 햄스터 · 고양이 · 돼지 · 영장류(8종)에게서 특별한 부작용을 발견할 수 없던 메스꺼움 치료제 `탈리도마이드`는 사람에게 끼치는 독성을 확인하기까지 충격적인 기형아 1만명을 만들어냈다(66~69쪽).
사람과 동물은 `같은 증세, 같은 발병원인, 같은 신경생물학적 작용원리(메커니즘), 같은 치료반응`을 보인 적이 없다(21쪽). 오늘날 인류가 누리는 높은 수준의 의학적 치료는 `임상 관찰과 연구, 사람 조직을 이용한 시험관 연구, 약물역학, 뜻밖의 발견, 병원치료 세분화, 유전학` 등에 힘입은 결과다. 인간의 이익을 위한 동물실험은 `과학`이 아닌(375쪽) 것이다.
동물을 실험실로부터 풀어주라. 과학자로서 `과학적으로 실험`하기를!
레이 그릭 · 진 스윙글 그릭 지음. 김익현 · 안기홍 옮김. 다른세상 펴냄.
국제팀장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