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희소금속인 희토류 확보를 서두르면서도 전문 비축창고 건설을 미루는 `엇박자 행정`을 하고 있다.
내년까지 도입하려는 희토류 총 270t이 행정비품을 놓아두던 일반창고에 보관된다. 온도와 습도에 민감한 희토류 품질이 변형될 수 있어 폐기 가능성마저 나온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고 미국이 자체 생산을 확충하는 등 전 세계가 자원 확보 전쟁에 휩싸이고 있지만 한국만 뒤처져 있는 모습이다.
29일 지식경제부 조달청 광물자원공사 등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국내 희토류 수요량 가운데 0.2일분인 3t만 비축하고 있다. 다음달 경쟁입찰을 거쳐 희토류 59t을 도입하고 내년에 207t을 추가로 확보하는 등 2016년까지 1164t을 비축한다는 계획이지만 정작 보관장소가 마땅하지 않다.
조달청이 행정비품을 놓아두던 경기도 이천 일반창고에 당분간 보관해야 하는 실정이다. 희토류가 장기 저장에 어려움이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임시 보관 과정에서 품질이 나빠질 수 있다. 더구나 이천 보관창고 용량 중 80%가 이미 다른 자원으로 채워졌기에 추가로 비축하는 데 한계가 있다.
정부는 재정 부담을 이유로 전북 군산에 2년 후까지 비축창고를 짓기로 했다. 특히 희토류 보관을 위한 항온ㆍ항습 기능을 갖춘 특수 비축창고는 2012년에 만들어진다. 조달청 관계자는 "당초 일반창고 3개와 특수창고 1개를 모두 내년에 완공할 계획이었지만 예산 문제로 인해 2년으로 나눠서 건설한다"고 설명했다.
정부기관 간에 느슨한 자원 분야 업무분담도 비효율을 초래하고 있다. 조달청이 만든 창고들을 광물공사가 빌려쓰는 형태다 보니 양측 간 업무 조율에 시간이 걸린다. 희토류를 보관했다가 활용하려면 재가공해야 하지만 국내에는 가공기술마저 없다.
이에 따라 그동안 정부는 중국에 현지 진출하는 방향으로 희토류 확보에 나섰다. 광물공사는 2003년 희토류 생산 단계인 중국 서안맥슨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지난 8월에는 포스코와 함께 희토류 개발 단계인 중국 포두영신 희토자성재료 개발사업에 들어갔다. 또 정부는 몽골 베트남 호주 인도 독립국가연합(CIS) 등을 중점 진출 대상으로 선정하고 민ㆍ관ㆍ공 컨소시엄을 통해 희토류 등 전략적 자원외교에 나설 계획이다.
■용어
희토류 : 란탄, 스칸듐, 이트륨 등 전기차, LCD, 신세라믹 등에 필수적인 광물이다. 중국 독립국가연합(CIS) 미국 호주 등에 매장되어 있지만 극소량에 불과하다. 특히 경제성과 환경 문제로 인해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 중 97%를 중국이 독점하고 있다.
[매일경제 강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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