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는 미국 빅3 중에서 가장 성공적인 경영 상태를 보여준다. GM, 크라이슬러와 달리 문제의 심각함을 일찍이 깨닫고 새 CEO를 영입했다. 보잉에서 건너온 앨런 멀랠리(Alan Mulally)는 당초 우려와 달리 포드의 문제점을 빠르게 진단했고 곧장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취임 4년째를 맞는 올해까지 포드는 확 달라졌다. 멀랠리가 오토모티브 뉴스 `올해의 리더`에 선정된 데도 다 이유가 있는 셈이다.
앨런 멀랠리가 행한 일 중 하나는 도움이 안 되는 브랜드, 안 팔리는 모델들을 정리했다. 그는 보기만 좋고 실속은 없는 브랜드를 하나 둘씩 정리해 나갔다. 대표적인 것이 애스턴 마틴, 재규어, 랜드로버, 볼보가 속했던 PAG부문이다. 최근 볼보까지 매각하면서 PAG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모델의 가짓수도 크게 줄였다. 멀랠리가 CEO로 취임했던 2006년 말, PAG를 포함한 포드의 모델 가짓수는 97개에 달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돈 안 되는 모델을 붙잡고 있는 것이 포드를 비롯한 미국 빅3의 병폐 중 하나였다. 하지만 멀랠리는 과감하게 브랜드와 모델을 정리해 한층 견실한 회사로 탈바꿈시켰다. 최근에 나온 포드 관련 뉴스는 하나같이 희망적인 전망을 담는다.
멀랠리는 런던에서 열린 미디어 이벤트에서 가짓수를 정리해 포드와 링컨 브랜드에 집중한다고 발표했다. 확실하게 포드와 링컨 브랜드로 집중한 후 본격적인 투자를 하겠다는 설명이다. 앨런 멀랠리가 직접 차종의 가짓수를 줄이겠다고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포드의 모델은 36개이다. 멀랠리는 포드 그룹의 모델 가짓수를 25개 내외로 정리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비쳤다.
포드는 앞으로 3~5년에 걸쳐 라인업을 새롭게 바꿀 예정이고 모델 정리는 주요 계획 중 하나다. 포드는 이미 모델 가짓수가 크게 줄어든 상태지만 아직까지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판매가 부진한 모델은 미련을 두지 않고 없앤다. 하락세가 완연한 풀 사이즈 SUV가 여기에 해당된다. 2008년 모델 가짓수가 59개였던 것이 현재 36개로 대폭 감소한 것도 멀랠리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올해 말 머큐리가 폐쇄될 경우 추가로 4개 차종이 사라진다.
멀랠리를 보면 자동차 회사도 스포츠와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CEO는 한 팀의 감독과도 같은 존재다. 감독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팀이 확 달라지는 것을 아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쓰러져 가는 스포츠 팀이 감독 하나를 잘 만나 기사회생하기도 한다. 반면 명문 팀이라도 감독을 잘 못 앉혔다가는 휘청대기 십상이다. 멀랠리를 선택한 포드의 결정이 옳았다는 것을 현재의 성적이 말해주고 있다.
항공우주공학으로 학사 및 석사 학위를 받은 앨런 멀랠리는 1969년 보잉에 입사한 이래 2006년 9월 포드로 옮기기 전까지 줄곧 보잉에서 일했다. 보잉의 727, 737, 747, 757, 767, 777등 많은 개발 프로젝트가 그의 손을 거쳤다. 앨런 멀랠리는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지 않고도 포드를 성공적으로 이끈 점을 인정받아 2009년 미국의 자동차 전문지 모터트렌드가 선정한 50인의 파워리스트 중 2위에 올랐으며 올해에는 오토모티브 뉴스가 선정한 `자동차업계 북미 최고의 CEO`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상기 객원기자 / hskm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