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 뉴 XJ 제주도 시승기
세계 최고의 대형 럭셔리 세단 시장에 탁월한 경쟁력을 갖춘 뉴 페이스가 등장했다. 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아우디 A8과 경쟁해 온 재규어 XJ가 완전히 새롭게 바뀐 모습과 기술력으로 무장하고 당당히 출사표를 던졌다.
제주도에서 만난 뉴 XJ는 앞 모습이 무척 멋지다. 아주 오랫동안 전통적인 스타일을 고수해 오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재규어는 당연히 우아한 라인 속에 클래식한 헤드램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뉴 XJ는 럭셔리함에서는 조금도 양보하지 않았지만 전통을 벗어나 지극히 모던하고 신선한 이미지를 선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XF 등장 이전에 선보였던 컨셉트카 C-XF의 날렵했던 헤드램프가 XF를 건너뛰고 XJ에서 실현된 점이 반갑다. 유명한 디자이너 이안 칼럼이 선보였던 이전의 두 모델 XK와 XF의 헤드램프는 다소 실망스러웠던 터라 XJ의 헤드램프가 더욱 빛난다.
반면, 이안 칼럼은 XJ의 뒷모습에 깊은 의미를 두었다.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매혹적인 뒷모습이라고 자찬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아직까지는 반반인 듯하다. 분명 개성이 넘치고 뭔가 끌리는 부분도 있지만 여전히 어색하다는 평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차체는 이전 세대에 비해 강성은 높이고 무게는 더 줄였다. 차체 크기는 롱휠베이스 모델 기준으로 벤츠 S클래스보다 길이가 22㎜ 길고, 폭이 24㎜ 넓은 반면, 높이는 32㎜가 더 낮다. 휠베이스는 8㎜ 짧다. 벨트 라인이 높고 창문이 얇으면서 지붕이 많이 낮다 보니 차체는 길고 날렵하며, 재규어답게 우아한 라인이 돋보인다.
실내로 들어서면 역시 화려함이 빛을 발한다. 명품으로 꾸민 듯한 실내 구석구석에서 이안 칼럼의 열정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크롬으로 감싼 링에 프로펠러 스타일의 개폐기를 갖춘 공기 배출구는 클래식하며, 재규어 드라이브 콘트롤은 크롬 옆면을 까칠하게 엠보싱 처리해 화려함이 극에 달한다. 시트는 앞, 뒤 좌석 모두 냉방기능을 더했다.
국내 판매되는 모델은 신형 5.0리터 V8 수퍼차저 엔진을 장착한 최상위 모델인 `수퍼스포트`와 5.0리터 V8 엔진의 `포트폴리오` 및 `프리미엄 럭셔리`, 그리고 3.0리터 V6 트윈터보 디젤엔진을 탑재한 `3.0D` 등 총 6가지다. 이번 시승회에서 기자는 3.0D와 수퍼스포트를 시승해 보았다.
3.0D 모델은 최고출력 275마력, 최대토크 61.2㎏m를 발휘하는 디젤 엔진을 장착해, 기자가 타본 디젤 모델들 중 가장 빠른 수준인 0~100㎞/h 가속 6.4초를 자랑한다. 또한 연비까지 12.7㎞/l로 우수해 대형 력셔리 세단의 실속파라 할 만하다.
수퍼카에 버금가는 최고출력 510마력에 최대토크 63.8㎏m를 발휘하는 5.0리터 V8 직분사 수퍼차저 엔진을 장착한 수퍼스포트 모델은 0~100㎞/h 가속 4.9초로 폭발적인 가속력을 선보여, 럭셔리 세단과 스포츠카의 경계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어댑티브 다이내믹스, 액티브 디프렌셜 콘트롤 등 첨단 안전, 편의 장비도 가득한데, 특별히 눈길을 끄는 것은 무려 20개의 스피커와 1200W의 최고출력을 자랑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B&W(Bowers & Wilkins)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이다. 럭셔리 스포츠 세단의 진수를 보여주는 뉴 XJ에서 즐기는 천상의 사운드는 1억 2990만원(3.0D 프리미엄 럭셔리 SWB)에서 2억 840만원(5.0 수퍼스포트 LWB)을 지불하는 최고의 VIP에게 바치는 사랑의 아리아다.
박기돈 기자 nodikar@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