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력이 쌓여가면서 숏게임 기량은 점차 발전하지만 이와 동시에 드라이브 샷 거리는 매년 줄어든다. 나이가 들면서 특히 40대 말부터 50대 중반까지는 매년 거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근육의 힘도 떨어질뿐더러 유연성이 심하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내가 딱 그 나이에 걸려 있기 때문에 이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헬스클럽을 다니면서 근육량을 키우는 방법 말고 거리를 늘리는 쉬운 방법이 없을까 날마다 생각하다가 KLPGA에서 활약하는 스무 살 정도의 소녀 골퍼들의 드라이브 샷에 착안하게 됐다. 키도 158㎝ 정도이고 체중도 52㎏ 밖에 나가지 않는 여자 선수들의 드라이브 샷이 평균 230야드 정도를 넘나든다.
KLPGA에서 활동하는 선수에게 레슨을 청하고는. “왜 거리가 안 날까요?”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다. “거리가 나지 않는 이유는 임팩트 순간에 왼쪽 벽이 무너지기 때문이에요. 왼쪽에 벽이 있다고 생각하고 스윙을 해 보세요.” 초보 시절 선생님으로부터 날마다 듣던 얘기다. 반신반의하며 비디오를 봤더니 역시 임팩트 순간에 왼쪽 허리가 비구선 방향으로 삐죽이 튀어나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왼쪽에 벽을 느끼면서 스윙 연습을 몇 십 차례 반복하고 나서 실제로 볼을 때리기 시작했다. 거리는 확실히 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볼은 필드에서였다면 영락없이 OB가 났을 정도로 왼쪽으로 쏜살같이 날아가 버렸다. 연습장에서 한 시간 이상 볼을 때렸지만 결과는 별로 다르지 않았다.
그 다음 주말 필드로 실전을 나갔다. 왼쪽 OB에 대한 불안한 마음을 가진 채 첫 티샷에서 볼을 때렸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왼쪽으로 직선으로 날아가는 멋진 드라이브 샷을 때려내어 동반 플레이어들에게 기쁨을 안겨줬다. 심지어 아이언 샷도 왼쪽으로 30야드씩 당기는 샷을 연출했다. 퍼팅이 나쁘지 않았는데도 15년 만에 스코어는 처음으로 100을 넘었다.
라운딩이 끝나고 우리 KLPGA 선생님께 전화를 걸었다. “거리는 확실히 늘었는데 왜 볼이 죄다 왼쪽으로 날아가 버리지요?” 답변은 간단했다. “과거의 스윙이 스웨이가 심했기 때문이겠지요. 이제는 스윙 궤도를 인사이드-아웃으로 바꿔보세요. 며칠만 연습하시면 바로 잡힐 거에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나는 어쩔 수 없이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차례를 모신 추석날 오전을 빼고는 계속 연습장에 출근하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