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인 컬처]이기주의의 과학

흔히 한 조직 내에서 이기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은 집단의 이익을 해치는 존재로 치부된다.

개인의 이익과 조직의 이익 간에는 상충되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 하지만 개체들의 이기적인 행동이 집단에는 오히려 이익이 된다는 사실이 과학 실험으로 밝혀졌다. 더욱이 실험자들에 따르면 이런 현상은 사람에게도 적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과학자들은 최근 효모 세포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이러한 결과를 얻어 미국 공공과학도서관 온라인 학술지 `플로스 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고 라이브 사이언스 닷컴이 보도했다. 이 과학자들은 `협동이 모두를 위한 최선책`이라는 해묵은 고정관념이 더 이상 당연시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효모 세포를 `얌체`와 `협력꾼` 두가지 종류로 설정했다. `협력꾼`들은 먹기 어려운 자당(수크로스)을 먹기 쉽고 효모의 성장에 양분으로 작용하는 포도당과 과당으로 분해하는 단백질, 즉 자당효소를 생산한다. 반면 `얌체`들은 이러한 단백질을 만드는 활동은 전혀 없이 협력꾼의 힘으로 분해한 당분을 먹는데만 동참한다. 우리 주위의 이기적 인간들과 꼭 닮았다.

하지만 연구진이 효모들에게 자당을 먹이로 준 뒤 나타난 결과는 상식을 뒤엎는다. 두 부류가 섞인 집단의 개체수가 어느 한 부류로만 구성된 집단, 즉 협력꾼으로만 구성된 효모 집단 보다도 더 많이 늘어났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연구진은 스스로 당분을 분해하는 협력꾼 효모 세포들은 먹이가 항상 풍족하기 때문에 효율적인 사용에 대한 관심이 없어 먹이가 곧장 성장과 직결되지 않지만, 적은 양의 포도당으로 살아야 하는 개체들은 이를 훨씬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때문에 같은 양으로 더 많은 성장을 이룬다는 것.

즉 주변에 얌체들이 많으면 먹이가 점점 적어지고 그 결과 협력꾼들도 먹이를 낭비하지 않게 된다. 이 연구는 자당효소 생성의 효율적 시스템에도 이기성의 편을 든다. 협력꾼 세포들은 주변에 자당이 없을 때에도 효소 방출량과 시기 조절을 포도당 수치에 의존한다. 이 때문에 분해할 먹이가 없을 때도 효소를 만들어내는 헛수고를 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인간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까. 이기적인 인간의 집합인 시장경제 자체가 효모 세포와 같은 모습일지도 모르지만, 그러기엔 너무나 많은 변수가 존재하는 곳이 또 인간사회다.

· 자료협조=한국과학창의재단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