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문 방송통신위원회 융합정책관>
스마트폰 열풍은 정보통신이나 방송통신 분야 종사자에게 가히 혁명적인 경험이었다. 스마트폰은 소비자에게 이전에 느끼지 못한 새로운 가치를 전달했다.
이를 미디어 산업 관점으로 보면 다른 설명이 가능하다. 흔히 미디어 산업을 분석할 때 콘텐츠 · 플랫폼 · 네트워크 · 기기 네 가지 사업자로 분류한다. 과거 기기는 네트워크 사업자에, 콘텐츠는 플랫폼 사업자에 다소 종속된 관계였다. 이들이 어느 누구에게 종속되지 않은 가운데 치열한 경쟁을 펼치도록 장(場)을 만든 것이 바로 스마트폰이다. 산업 종사자들은 TV 분야에서도 이런 혁명이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스마트TV가 매우 큰 관심사로 부상했다.
미디어 시장은 현재 콘텐츠 사업자가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쥐고 있다. 지상파 · SO · IPTV 등 플랫폼 사업자는 네트워크 사업자와 연결돼 있고, 기기 사업자는 완전 별도 영역이다. 이런 구조가 강고하게 짜인 지 수십 년이다. 스마트TV 시대에는 이 구조에도 변화가 올 것으로 본다.
지금까지 방송은 광고비로 운영되는 무료 지상파방송, 가입자의 수신료를 수익 기반으로 하는 유료 방송 등 일방향 형태로 발전해왔다. 인터넷의 보급으로 이 영역이 방송 콘텐츠의 유통 채널로 등장했다. 훌루 · 구글 · 페이스북 · 유튜브 등에서 보듯 또 하나의 시장이 열린 것이다. 이로 인해 기존 미디어 사업자가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조만간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처음엔 스마트TV와 유료 방송이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할 것이다. 하지만 콘텐츠가 TV로 직접 들어가면서 경합 관계가 발생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콘텐츠를 즐기는 네트워크 사업자는 인터넷망으로 융합될 것으로 본다.
향후 소비자의 시청 패턴은 `N스크린` 형태로 구현될 것이다. 휴대폰 · PC · TV 등 어느 곳에서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다. 따라서 클라우드 환경의 중요성이 부각될 것이다.
스마트TV는 큰 생태계에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우선 기기 업체는 세계 시장을 계속 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과 LG가 세계 평판TV의 절반을 공급하고 있다. 네트워크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중 광통신망 가입자 비율은 일본 54%에 이어 49%로 2위다. OECD 평균은 11%에 불과하다.
하지만 네트워크 부담은 가속화될 것이다. 이를 확충할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고민해야 한다. 망 이용 편익과 투자비용 부담 사이의 합리적인 유인 구조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4G 시대를 대비한 주파수 자원 확보도 매우 중요하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플랫폼 분야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대기업은 유연하게 대처할 것으로 보이나 중소기업을 위한 지원책도 강구해야 한다.
콘텐츠 사업도 중요하다. 앞으로 킬러 콘텐츠의 가치가 늘어날 것이다. 글로벌 유통 배급 인프라를 선진화하는 등 유통 분야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