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수출 전략이 `수주 지상주의`로 흐르고 있다. 필요 자금이나 인력 문제 해결 없이 정부나 관련 공기업 모두 수주 실적에만 매달리고 있다. 수출을 체계적으로 뒷받침할 핵심 인력이나 투자 손익에 따른 수익성 검증은 뒷전이다. 한국형 원전 수출 전략을 재점검할 때다.
오는 4일 시작되는 지식경제부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한국형 원전 수출의 실리 문제가 집중 거론될 전망이다. 수출은 하고 있지만 투자재원 마련, 전문인력 확보, 수익성 검증이 안 되고 있다는 업계 지적 때문이다.
업계는 자금 문제를 가장 큰 걸림돌로 꼽고 있다. 지난해 말 UAE 수주금액이 400억달러에 달한 것만 봐도 원전 수출은 우리 돈 30조~50조원이 소요되는 거대 프로젝트다.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프로젝트파이낸싱(PF)까지 끌어모아 해외 자원 프로젝트용으로 조성해본 자금은 UAE 수주금액의 40분의 1인 10억달러도 채 안 된다.
UAE 원전계약을 우리가 따낼 수 있었던 것도, 전체 금액의 절반 가까운 186억달러를 UAE 측이 스스로 조달했기 때문이다. 원전 수출기업 한 관계자는 “미국도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발표만 했지, 설치를 못하고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자금이 소요된다”며 “정부 예산과 민간 측 투자금이 조성되지 못한다면 수주 문턱을 못 넘는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수주를 타진하고 있는 원전 발주 예정국의 자금 사정이 원활하지 않다. 가장 유력한 한국형 원전2호 수출 파트너인 터키와의 협상도 우리 측이 선투자해서 사후 발전 수익으로 회수하라고 하지만 불확실성이 너무 커 난항을 겪고 있다. 우리 정부와 원전기술 협력 양해각서(MOU)를 교환한 아르헨티나도 자국 경제사정상 우리 측 자금 투자만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멕시코도 인력 및 기술 교육 협력 협의는 진전되고 있으나 재원 문제로 인해 원전 건설 협상은 후순위로 밀렸다.
또 하나의 난제는 인력부문이다. 현재 수준으로는 UAE 프로젝트를 계약 일정대로 무리 없이 진행하는데도 빠듯한 상황에서, 두 번째 수출이 터지면 막다른 골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원전 업계 관계자는 “원전 기술 인력의 경우, 필요시점 보다 최소 2~3년 전에 뽑아야 한다”며 “형체도 갖춰지지 않은 원전대학원대학교나 거점 대학을 통해 인력이 나오려면 최소 4~5년은 소요된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선착순 경쟁을 하는 것처럼 수주를 따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며 “자금력이 있는 선진 시장에서 성공 모델을 따내든지, 인력 양성을 통한 장기적인 관점의 원전 협력을 끈기 있게 진행하든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졈이라고 말했다.
이진호 · 유창선기자 jholee@etnews.co.kr
표/원전 도입 추진 국가 및 현황
국가명도입 또는 협상 목표문제점 및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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