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분야에 `무어의 법칙`이 있다면 발광다이오드(LED)산업에는 `하이츠의 법칙`이 있다. 미국 과학자이자 애질런트 연구원인 롤랜드 하이츠 박사가 주창한 이론으로 LED 광효율이 10년마다 20배 향상되고, 가격은 10분의 1로 하락한다는 게 골자다. 연간으로 따지면 광효율은 매년 35% 높아지고, 가격은 21% 내려가는 셈이다.
반도체 · LCD 등 거의 모든 소자산업과 마찬가지로 따라붙는 일종의 통설이지만 LED 분야에서만큼은 산업의 미래를 쥐고 있다고 봐도 될 정도로 중요한 법칙이다. 하이츠 법칙 실현 여부에 따라 LED 조명 시장의 개화 시기가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LED산업이 `LED TV`용 광원을 넘어 일반 조명 시장을 열어젖히기 위해서는 LED 제조원가를 기존 재래식 광원 수준과 견줄 만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W` 싸움에서 `$/㏐` 경쟁으로=나카무라 슈지 미국 샌타바버라대 교수가 세계 최초로 청색 LED칩을 개발한 것은 지난 1993년이다. 이후 LED업계 주요 관심사는 동일한 전기에너지(와트, W)로 얼마나 밝은(루멘, ㏐) 빛을 만들어내는지였다.
당시 LED칩의 밝기가 워낙 미약해 전기 · 전자제품용 지시등(인디케이터)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쓸모가 없었던 탓이다. 따라서 광효율(㏐/W)이 높은 LED가 최고의 제품으로 각광받았다. LED가 휴대폰 키패드용 소형 광원을 넘어 TV용 BLU 광원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도 광효율 100㏐/W 제품이 일반화된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그러나 LED산업이 TV용 광원 시장을 넘어 궁극의 일반 조명 시장으로 갈아타기 위해서는 ㏐/W보다 더 시급히 넘어야 할 요소가 남아 있다. 바로 `$/㏐`다. 같은 밝기의 LED를 누가 더 저렴하게($) 만드느냐의 경쟁이 LED 조명 시장에서의 성패를 결정할 전망이다.
40인치 LED TV를 기준으로 LED BLU가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안팎에 불과하다. 반면에 LED 조명에서 LED 모듈이 차지하는 원가는 전체 가격의 7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TV 시장에서는 비싼 LED 가격이 TV 가격에 희석되는 반면에 조명 시장에서는 LED 가격이 곧 완제품 가격이 된다. 조금이라도 더 싼 LED를 제조해야만 1000~2000원 조명 가격에 익숙한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다는 의미다.
◇LED, `그리드 패리티` 가능할까=하이츠 법칙처럼 LED 가격이 매년 21% 가까이 떨어진다고 해도 기존 광원인 형광등 · 백열등 수준으로 떨어지기를 바라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발간한 `LED 조명, 미래의 빛이 되려면` 보고서를 통해 광원의 밝기에 따른 원가를 분석했다. 보고서는 백열등의 경우 1000㏐ 밝기당 0.6달러, 형광등은 0.73달러 수준으로 원가를 추정했다. 반면에 LED는 무려 150달러로 백열등의 250배, 형광등의 205배에 달한다.
이후 1년간 LED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소비자 눈높이에서 LED 조명 가격은 비싼 게 사실이다. 현재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백열등 대체형 LED 조명 가격이 4만원 선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일반 백열등은 최저 400원, 비싸도 800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다. 50배에서 100배까지 가격차가 나는 셈이다.
태양전지 ·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와 기존 화력발전과의 전력 생산원가가 같아지는 시점을 `그리드 패리티`라고 한다. 이 개념을 LED 조명에 그대로 적용해 LED와 재래식 광원 가격을 일대일로 비교하기란 아직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한동안은 LED 제조원가를 최대한 낮추는 동시에 `지능형 조명` 등 LED만의 장점을 강조해야 소비자들에게 소구할 수 있다.
◇숨겨진 비용까지 없애라=LED 제조원가를 낮추는 게 칩 · 패키지업체들의 몫이라면 조명엔진(구동부)과 등기구(픽스처) 가격을 낮추는 것은 조명 완제품업체들의 역할이다. 백열등 대체형 LED 조명은 대부분 컨버터를 내장하고 있지만 형광등 대체형 제품은 스위칭모드파워서플라이(SPMS) 공사를 따로 해야 한다.
소비자들이 제일 선호하는 면광원으로 교체한다면 공사비용은 이보다 더 커진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 같은 추가 비용도 LED 조명 교체를 꺼려하는 이유가 된다. 따라서 제품 가격 외에 LED로 교체하는 데 따르는 기타 비용까지 절감해야 LED 조명 저변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
조명엔진 및 등기구의 효율 개선도 중요하다. LED 자체의 효율을 100이라고 했을 때, 실제로 LED 조명 완제품의 효율은 50~70%에 불과하다. 조명엔진 · 등기구에서의 온도 상승과 고전류 손실에 따른 비효율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저하되는 효율을 제고하면 그만큼 적은 수의 LED를 사용해도 된다. LED 조명 완제품 가격을 인하할 수 있는 셈이다.
전 세계 LED 조명 시장 전망 (자료 : 노무라 증권)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