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LG전자호 `테크노 임원` 중용 전망

`구본준 LG전자호`가 연구 개발(R&D)과 생산 제조 중심으로 과감한 체질 개선을 선언했다. 마케팅 주도가 아닌 품질을 앞세운 혁신 제품으로 위기 상황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기술력과 혁신 제품에 방점을 찍으면서 지난 1일 실시한 사업본부장 인사에 이어 후속 임원 인사에 엔지니어 출신이 대거 중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LG전자는 지난 1일 구 부회장 취임과 동시에 전격적으로 휴대폰과 TV사업본부장을 모두 교체했다. TV부문을 책임지는 홈엔터테인먼트(HE) 본부장에 권희원 LCD사업부장(부사장)을,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본부장에 박종석 휴대폰 연구소장(부사장)을 발탁했다. 기존 강신익 전 HE사업본부장 사장은 글로벌마케팅 담당으로, 안승권 전 MC본부장(사장)은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이동했다.

◇`테크노 임원` 전면에=LG전자는 업무 연속성을 이유로 HE와 MC본부장에 권희원 부사장과 박종석 부사장을 임명했다. 이에 따라 사령탑인 구본준 부회장을 포함해 LG전자 내 핵심 5개 사업본부장이 모두 엔지니어 출신으로 채워졌다. 새로 임명된 권 부사장은 전자공학(고려대), 박 부사장도 전자공학과(서울대) 출신이다. 가전(HA) 사업을 책임지는 이영하 사장(인하대 화학공학), 에어컨(AC)사업부를 맡고 있는 노환용 부사장(부산대 기계공학) 등 비즈니스솔루션(BS) 본부장인 권순황 전무(성대 통계학과)를 제외한 모두가 학부에서 이공계를 전공한 테크노 임원들이다. 여기에 공교롭게 구본준 부회장도 서울대 계산통계학과를 졸업한 엔지니어다.

지원 부서를 제외한 현장 사업부 수장을 모두 이공계 출신이 맡게 됐다. 이는 LG전자의 위기는 연구 개발과 제품에서 밀렸다는 판단으로 본부장 인사에 이은 세부 후속 임원 인사에서도 엔지니어 출신의 대거 등용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혁신 제품` 개발을 최우선으로=기술에 전략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의지는 이 뿐이 아니다. MC본부장을 맡았던 엔지니어 출신인 안승권 사장(서울대 전자공학)을 회사 전반의 연구 개발을 총괄하는 CTO에 다시 중용했다. CTO를 맡았던 백우현 사장은 앞으로 미래 먹을거리를 책임질 신설 조직인 신성장동력 기술담당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구 부회장의 취임사도 이런 맥락과 맞닿아 있다. 구 부회장은 시장 주도권을 위해 5가지 역점 방안을 거론하면서 가장 시급한 첫 번째와 두 번째 과제로 혁신 제품과 품질을 꼽았다. 구 부회장은 “품질은 생존의 기본조건이며 타협할 수 없는 약속”이라며 “품질을 놓치면 생존의 기반을 잃는다는 각오로 품질관리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시장 주도권 경쟁 `재점화`=구 부회장이 취임사에서 언급한 “명예를 회복하자”는 다소 비장감 있는 호소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시장에서 패인을 인정하지만 앞으로 과감한 체질개선을 통해 시장 주도권 경쟁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잠시만 방심해도 언제든 추월당할 수 있는 냉혹한 게임 법칙에서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서 더 이상 과거의 추격자 전략은 통하지 않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에 따라 스마트TV와 3DTV,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신규 전략 사업의 추진속도가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특히 태양광, LED조명, OLED TV 등 미래 사업에 대한 R&D와 생산 설비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도 예고된다. 앞으로 사업과 시장 곳곳에서 승부사적 기질이 발휘되면서 삼성을 포함한 주요 경쟁업체와 치열한 주도권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