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지난달 10일 1800선을 돌파한 이후 13거래일 만에 76포인트 이상 올라 1880선을 바라보게 됐다. 무서운 상승세다. 지난 9월 한 달간 코스피는 월간 상승률(7.5%)이 연중 최고 수준을 기록하며 2008년 금융위기 직전 고점인 1888선을 가시권에 뒀다.
이 같은 상승세를 이어가는 원동력은 외국인 유동성이다. 외국인은 코스피가 1800을 넘어선 뒤 3조800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 외국인은 왜 사나?=지난달 중순을 기점으로 한국 증시를 바라보는 외국계 시각도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도미니크 빌리아르 악사자산운용그룹 CEO는 "한국 거시경제가 매우 강하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찾기 어려울 것 같다"며 "단기적으로 조정이 이뤄질 수 있겠지만 지속적인 상승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송기석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리서치헤드는 "현재 글로벌 투자 자금은 △성장성이 좋으며 △수익률이 높고 △3D(부채ㆍ디레버리지ㆍ디플레이션) 위험이 없는 시장을 찾고 있다"며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이머징마켓이 이 조건을 만족시킨다"고 말했다. 또한 앞으로 채권시장보다는 주식시장이 더 좋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숀 코크런 CLSA 리서치헤드는 매일경제신문과 이메일로 인터뷰하면서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 투자하는 이유를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우선 △원화가 싸고 △달러 약세에 대한 강한 합의가 있으며 △엔고가 한국 수출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한국 기업들이 실적으로 차별성을 증명했으며 △위험 감수 심리가 되살아나 한국은 베타(변동성)가 높은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시장에 대한 확신이 있으면 한국과 같은 시장을 사야 한다"고 말했다.
더글러스 안 UBS증권 전무 역시 "코스피가 연일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기업 실적이 크게 늘어나면서 밸류에이션은 아직도 상당히 저평가됐으며 증시는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넘치는 유동성이 딱히 갈 곳이 없어 미국을 포함해 한국 증시는 조정을 받더라도 소폭 하락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최근 들어 환매수(쇼트커버링)가 아닌 장기 투자 성격인 헤지펀드 매수세가 크게 늘어나 주목된다.
강세장을 흔들 수 있는 대표적인 변수는 기업 실적 증가세 둔화와 환율 변동성이다.
안 전무는 "약 2주 후부터 본격적으로 3분기 실적이 나오겠지만 시장 관심은 4분기 이후"라며 "4분기 이후 내년에 성장폭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지만 당분간은 유동성과 수급의 힘, 증시 밸류에이션 매력으로 지수가 더 올라갈 수 있다"고 봤다.
송기석 리서치헤드는 "인플레이션 등으로 환율이 급격하게 변동한다면 주식시장이 타격을 받을 수 있겠지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강세장이) 단기적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코크런 리서치헤드는 "글로벌 수요에 의한 염려가 11월 이전에 조정을 불러올 것이며 중형주가 IT와 은행주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이번주 코스피 1900 돌파 관심=이번주 코스피는 1900선 돌파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주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칠 가장 큰 변수는 대외 경제지표나 수급 상황이 아니라 단기간 상승에 대한 부담감이 될 가능성이 높다. 8월 말 더블딥 염려에서 벗어나면서 코스피가 1740에서 1870까지 조정다운 조정 없이 넘어선 상황이라 조정에 대한 염려가 나올 수 있는 시점이다.
이와 관련해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 3분기 연속 사상 최대 실적 개선이라는 펀더멘털, 외국인 매수세 강화와 펀드 환매 감소로 요약되는 수급 효과, 중국 경기선행지수 반전 가능성 등으로 조정 압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도 1900선에 대해 충분히 도전할 만한 상황이라 판단한다"고 말했다.
지난주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1조500억원에 달한 반면 펀드 환매가 진정되면서 투신권은 5000억원을 순매도하는 데 그쳤다.
무엇보다 3분기 어닝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어서 투자심리를 더욱 달아오르게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실적 가이던스(5~6일 예정) 발표를 시작으로 3분기 어닝 시즌(실적 발표 기간)에 대한 관심이 본격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 실적은 어닝 시즌 초반 분위기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두고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이번 어닝 시즌이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리라는 기존 견해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코스피가 쉼 없이 달려온 데다 장세를 주도했던 종목의 피로 누적에 따른 조정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미국 증시가 차익실현에 대한 욕구로 지수 탄력이 둔해지고 있으며 코스피도 대형주보다 중소형주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며 "이는 최근 지수가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매일경제 김기철 기자/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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