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700만. 올해 5월 기준 우리나라 차량 등록대수다. 국내 총인구를 4800만명으로 본다면 약 2.8명당 1대씩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에 등장한지 110년이 지난 오늘날, 자동차는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또 하나의 발`이 됐다.
세계가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눈길을 돌리면서 이 자동차산업에도 녹색 바람이 불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은 친환경차 보급에 역량을 집중해 경제활성화와 환경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하고 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최근 일본 · 독일 · 중국 등 주요국 정부는 공격적으로 전기차 산업 육성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적인 자동차 강국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우리나라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 대표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자동차 개발에 뛰어들어 이미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정부도 최근 2020년에 국내 승용차 시장의 20%를 전기차로 대체한다는 야심찬 목표와 세부 지원 방안 등을 발표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아직 보완해야 할 부문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과연 현재 우리나라 전기차 산업은 얼마나 진전됐으며, 앞으로 어떤 점을 개선해야 `자동차 강국`이라는 명성을 이어 `전기차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국내 자동차 업체 `뜨거운 관심`=현대기아자동차 · GM대우 · 르노삼성 등 대부분의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이미 전기차를 개발했거나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사실만 고려해도 전기차에 거는 자동차 업계의 기대가 얼마나 큰 지 짐작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는 과감한 투자를 통해 친환경 기술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올해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는 약 4조6000억원으로, 이는 전년대비 53.3% 늘어난 수치다. 현대기아차는 하이브리드카 차종 확대, 전기차 양산, 연료전지차 상용화 등을 통해 2012년까지 친환경차 대량 생산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고속 전기차 `블루온`을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본격적인 개발 착수 1년여 만에 이뤄낸 성과다. 11개 핵심 부품을 중소기업과 협력해 국내 순수기술로 독자 개발했다는 데에도 큰 의미가 있다.
GM대우도 최근 제너럴 모터스(GM)와 함께 국내 최초의 준중형급 시험용 `라세티 프리미어 전기자동차`를 개발했다.
이 차는 글로벌 준 중형차 라세티 프리미어 양산 모델을 기반으로 한 것으로 50여 국내 업체들이 개발에 참여했다. 핵심 솔루션인 배터리와 구동 시스템은 LG화학과 LG전자가 각각 개발, 공급했다.
GM대우는 시험용 전기차를 활용해 국내 소비자 반응과 관심을 살피고, 국내 도로 여건에서 다양한 성능을 시험한다는 계획이다. 또 GM과 함께 시험용 전기차로 배터리, 전기 모터, 파워 컨트롤 및 충전 기술 등 전기차의 핵심 경쟁력을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마이크 아카본 GM대우 사장은 “이번 개발을 계기로 기술 경쟁력을 갖춘 더 많은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무대로 진출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상생협력의 촉매 역할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CT&T는 골프 카트 제작 · 납품에서 출발해 저속 전기차인 `이존(e-ZONE)`을 개발해 2008년부터 양산을 시작했다.
CT&T는 지난해부터 미국 · 일본 등에 본격적으로 수출을 시작했다. 올해 3월에는 스페인 자동차부품 업체 피코와 전기차 1만대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인 북경기차집단과 협력해 현지에 연 5만대의 양산체제를 갖추기로 했다.
최근에는 충남 당진 제2공장에서 이존용 차체인 `알루미늄 스페이스 프레임` 공장 준공식을 열기도 했다. 전기차용 알루미늄 프레임 공장 확보는 전 세계 전기차 업계에서 처음있는 일로, 앞으로 차체 경량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르노삼성도 전기차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모기업 르노그룹은 전기차 `플루언스 Z.E.`의 양산을 추진하고 있다. 이 차는 뉴SM3 기반의 전기차로, 르노삼성도 2012년부터 부산공장에서 뉴SM3 전기차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뉴SM3 전기차는 1회 충전 주행거리가 160㎞이며, 최고시속은 140㎞다.
◆정부 “구체적 지원책 마련”, 업계 “아직 보완할 부분도”=최근 정부는 비교적 구체적인 전기차 보급 정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2012년까지 공공기관 전기차 구매를 촉진하기 위해 동급 가솔린차와의 가격차 50% 수준의 구매보조금(대당 2000만원 한도내)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시장여건과 재정상황을 고려해 자동차 취 · 등록 및 운행단계에서 세제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으로 보너스를 지급하는 제도도 도입한다는 목표다. 혼잡통행료 · 공영주차장 요금 감면 등 운전자의 편의를 제고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도 검토한다.
내년 상반기까지 전국단위 충전인프라 구축 로드맵을 수립해 2020년까지 공공시설 · 대형마트 주차장 등에 충전기 220만대가 설치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정부는 `그린카 로드맵`을 수립해 이달 중 녹색성장위원회에 상정 · 확정해 사업을 추진해 나간다는 목표다.
업계는 이 같은 정부의 정책을 반기면서도 아직 보완이 필요하다는 반응이다.
가장 큰 문제는 `가격`이다. 현재 전기차의 가격이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상품으로서 호소력이 있을 지 의문이라는 주장이다.
일례로 업계에서 추정하고 있는 블루온의 가격은 약 5500만원으로, 정부가 발표한 지원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한 수준이다. 2020년 국내 승용차의 20%를 전기차로 대체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함은 불문가지다. 결국 이미 발표된 지원 외에도 소비자가 전기차를 구매할 때 정부가 보조금과 인센티브를 부여하게 될 지가 업계의 관심사다.
정부가 얼마나 적절히 인프라를 구축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도 높다. 특성상 전기차가 제대로 운행되기 위해서는 충전시설 등 인프라 구축이 필수 요건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인프라 구축 계획을 발표하기는 했지만 현재로서는 추진이 너무 느려 업계의 불만이 높다. 서울시만 해도 현재 50여대의 전기차가 운행되고 있지만 충전시설은 구청이나 공공기관을 제외하면 거의 없는 상태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정부의 계획이 충실히 이행돼야 하며, 인프라 조기 구축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