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인파로 붐빈 서울시내 한 멀티플렉스 극장 안. 상영관 간접조명이 꺼지고 드디어 영화 `시라노-연애조작단`이 시작되기 직전이다. 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한 영화지만 공상과학(SF) 영화에서나 보던 미확인비행물체(UFO)가 화면에 떠오른다. 관객들은 의아해 수근거린다. UFO는 지구 상공을 떠돌아다니다 이윽고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변신, 한 가정의 거실에 자리잡는다. 사람들은 비로소 이 동영상이 영화가 시작된 게 아니라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삼성LED의 LED램프 광고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동안 기업대정부(B2G)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공공 조달물량 수주만을 추진했던 LED 조명 업체들이 일반 소비자를 겨냥하기 시작했다. 각종 매체를 이용한 광고를 집행하는가 하면 소비자와 맞닿는 접점인 대형 할인마트 판매대를 꿰차기도 했다. 아직 LED 조명의 정체(?)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들에게 직접 장단점을 알려 시장 개화를 앞당기기 위해서다. 그동안 한정된 B2G 시장만을 공략한데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신 시장을 열어간다는 목표다. 한국광기술원에 따르면 국내 LED조명 시장은 올해 6651억원에서 2015년엔 3조7000억원대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이 1조원대를 넘어 급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조달 물량 뿐만 아니라 조명 시장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가정용 시장까지 확장되야 한다.
◇LED 조명, 거실로 파고들다=LED 조명 업체들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보다 각종 매체를 활용한 적극적 홍보를 시작했다는 점이다. LED 조명 업체들이 대부분 기업과의 거래를 우선하는 부품업체로 출발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삼성LED만 해도 모태인 삼성전기가 평소에 일반 소비자에게 직접 소구해야 할 필요성은 거의 없었다. 삼성LED가 최근 일간지 광고에 이어 극장광고까지 시작한 것은 이 같은 기업 전략에 중요한 변화가 생겼음을 의미한다. LG도 LG이노텍에서 일반 조명 사업을 추진할 때까지만 해도 B2C 홍보 전략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최근 LG전자로 관련 기능이 이관된 이후 B2C 시장 확대를 추진하면서 삼성LED와 같은 매체광고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ED 스탠드를 생산하는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일찍 각 가정을 공략해왔다. 제품 특성상 고3 수험생 등 학생들이 주요 사용자이기 때문이다. LED 스탠드 전문업체 하렉스는 등하굣길 학생들이 잘 볼 수 있게 지하철 1호선 객차 내에 자사 광고 패널을 부착했다. 특히 최근 큰 인기를 끌었던 공중파 드라마 `공부의 신`에 이 회사 제품이 등장하면서 간접광고(PPL) 효과를 톡톡히 누리기도 했다. 이 밖에 금호전기 · LS전선 등도 소비자들에게 LED 스탠드를 알리기 위해 지하철 광고 등을 집행한 바 있다.
◇대형 할인마트 · 온라인몰도 속속 입점=일반 소비자와의 접점이 가장 넓은 대형 할인마트를 통해 제품을 선보이는 사례도 늘고 있다. 아직 기존 백열등 대비 가격은 높은 편이지만 매장 한켠에 소비전력 차이를 시현하며 친환경 조명으로서의 장점을 크게 부각시키기도 한다.
포문은 필립스전자가 먼저 열었다. 필립스는 지난 4월부터 신세계 이마트를 통해 백열등 대체형 LED 조명 제품을 판매 중이다. 지난달에는 제품 라인업을 추가해 국내 시장 선점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삼성LED · 금호전기 등이 잇달아 이마트에 입점하며 안방시장 사수에 나섰다. 삼성LED 역시 지난달 제품군을 보강했다.
대형 할인마트가 대기업 제품 위주의 시장이라면 LED몰 · LED마트 · 코레즈 등 온라인 쇼핑몰은 중소기업 제품들이 대거 입점해 있다. 온라인 마켓 특성상 동일 제품에 대해 실시간 가격비교가 가능하기 때문에 가격인하 효과도 높다.
◇가속화된 B2B 시장 전략=시장 성격은 다르지만 기업대기업(B2B) 시장도 대기업 그룹사를 중심으로 성장 중이다. 포스코그룹은 최근 포스코LED를 출범시키며 LED 조명 산업 출사표를 던졌다. 포스코LED는 포스코ICT의 IT 기술을 제품에 적용, 그룹 계열사인 대우인터내셔널을 통해 공급한다는 전략이다. 삼성LED는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에 LED조명을 시범설치 하고 있다. 에너지 절감 효과 측정 후 전 사업장으로 조명 교체 프로젝트를 확대할 예정이다. LG전자 역시 개조 공사 중인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 건물에 LED 조명을 공급했다. 대기업들은 B2C 시장이 충분히 성숙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룹내 공급을 통해 기초 체력을 다진다는 전략이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