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시대 열린다

전기자동차 시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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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초 현대 · 기아자동차는 양산형 전기차인 `블루온`을 공개했다.

아직 양산 전 단계지만 블루온은 최고속도 130㎞/h로, 정지 상태부터 100㎞/h까지 도달 시간도 13.1초다. 동급 가솔린 차량보다도 우수하다.

전자식 회생 브레이크를 적용, 1회 충전으로 최장 140km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일반 가정용 전기인 220V를 이용한 완속 충전 시에는 6시간 이내에 90%가량 충전할 수 있고 급속 충전기로는 25분이면 80% 가까이 가능하다. 기존 내연기관 차량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성능이다.

대표적인 전기자동차 전문기업인 CT&T는 지난달 26일 충남 당진 제2공장에서 저속전기차용 차체인 `알루미늄 스페이스 프레임(ASF)` 공장을 준공했다.

전 세계 전기차 업계에서 최초로 전기차용 `알루미늄 프레임` 공장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CT&T는 차량의 품질 향상은 물론이고 생산 효율성도 높아지는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됐다. 특히 생산량은 기존 하루 10대(월 300대)에서 최고 6배인 하루 60대(월 1800대, 연간 2만대)로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전기차 시대가 한발 앞으로 성큼 다가온 것이다.

◇한 달 유지비 2만원?=전기차는 하이브리드카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처럼 엔진과 모터를 겸해서 사용하는 게 아니라 전기와 모터로만 운행하는 것이다. 전기차 운행과정에서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지만 연료인 전기를 생산하는 데는 어쩔 수 없이 기존 가솔린 차량의 2분의 1 수준이 발생한다.

전기차의 가장 큰 장점은 연료비다. 하루 주행거리를 38㎞로 가정할 경우 한달 충전 요금은 기업이나 공공기관은 3만~6만원 선. 가정은 2만원도 채 되지 않는다. 이는 가솔린차에 비해 86%나 저렴한 수치다. 소비자가 끌리는 건 당연하다.

지경부에 따르면 고유가로 인한 연료비 부담으로 안전과 편의 위주의 대형차에서 연비가 좋은 소형차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다.

실제로 2009년 대형차 위주인 GM · 포드 · 크라이슬러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전년 대비 3.3% 감소한 반면에 소형차 품목이 많은 한국차와 일본차는 각각 0.8%와 2% 상승했다.

EU에서는 2012년부터 승용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회사 평균 130g/㎞로 규제할 예정이고 미국은 2005년부터 자동차 업체별로 친환경차를 일정 규모 이상 팔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덩치 크고 기름 많이 먹는 차량은 환경 규제와 고유가에 의해 퇴출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자동차 업계에도 군살 빼기 바람이 부는 이유다.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의 전환=전기차의 등장은 자동차 산업에 변화의 바람을 불게 했다. 성능과 안전 위주에서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인 방향으로 조정한 것이다.

한동안 전기차 도입에 반대 입장을 고수했던 기존 완성차 업체들도 시대의 요구를 견디지 못하고 부랴부랴 전기차 개발에 뛰어들었다.

전기차의 경우 내연기관을 기반으로 한 기존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자동차의 핵심 부품도 엔진에서 배터리와 모터로 넘어가게 됐다.

엔진 성능 개선보다도 배터리 성능을 향상시키는 데 주력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중고차를 살 때 엔진 관리가 잘 된 것을 골랐다면 이제는 배터리가 오래 가는 걸로 찾아야 할 것이다.

엔진 장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던 자동차 업체들이 말 그대로 조립 업체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연 전기차가 내연기관 차량을 대체할 수 있는 지는 의문이다. 지경부는 전기차의 성능이 빠른 속도로 개선된다고 해도 100% 대체는 어렵다는 견해다.

내연기관 차량은 전기차에 비해 연료 충전 속도도 빠르고 가격도 저렴하다. 100년이 넘는 기술력으로 신뢰도도 높다는 게 이유다.

오는 2020년 우리나라 연간 전기차 생산량은 37만대로 이는 2009년 기준 국내 자동차 생산량의 14.6% 수준이다. 그렇다고 내연기관 차량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미 일본과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이 전기차의 개발과 보급을 지원하고 있어 전기차 시장이 본격 열릴 전망이다.

미쓰비시는 지난해부터 양산형 전기차인 I-MiEV를 생산하고 있으며 국내에도 곧 들어올 전망이다. 테슬라는 전기 스포츠카인 로드스터를 2008년부터 양산했고 BMW는 전기차인 `Mini E`를 출시하고 지난해 500대를 보급한 바 있다.

일본의 친환경차 전문기관인 HIEDGE는 2015년 세계 전기차 시장이 최대 78만 대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전 세계 자동차 생산량의 1.3% 수준이지만 경제성 확보 여부에 따라 성장세는 더욱 가파를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블루온의 등장과 상생=사실 기존 자동차 업체는 엔진 장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엔진 개발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전기차는 무거운 엔진 대신에 상대적으로 작고 가벼운 모터를 달게 된다. 주력인 엔진 시장이 침체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반대로 중소 전기차 업체는 프레임을 만들지 못해 진입하기 어려웠다. 자동차 프레임 개발에만 수백억원이 들어간다. 중소업체가 기술력만 갖고 덤비기엔 무리가 있다.

이런 점에서 블루온 등장 의미는 크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경쟁구도가 아닌 상생협력 모델로 조명받고 있는 것이다.

블루온이 등장하기 이전까지 국내 전기차는 기존 차량을 대체하기보다는 하나의 저속전기차라는 틈새시장에 불과했다. 레오모터스에서 기존 차량을 개조, 유사 성능을 발휘하는 전기차를 선보이기도 했으나 어디까지나 수작업에 머무르고 있다.

블루온은 전기차의 본격적인 양산 시대를 의미하는 것으로 우리나라도 전기차 생산국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양산에 앞서 시범용으로 제작된 차량이지만 모터 출력과 동력성능이 현재 시판 중인 경쟁사 모델보다 우세하고 이미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블루온이 1년이라는 짧은 개발 기간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상의 성능을 갖게 된 것은 대중소기업 간 협력에 있다. 완성차도 그렇지만 전기차의 경우 무엇보다 협력이 관건이다.

전기차의 A부터 Z까지를 완성차 업체에서 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엔진을 만들던 현대 · 기아차가 갑자기 모터를 만들 수 없는 것이다.

블루온은 개발 당시부터 핵심부품을 모두 국산화해 가격 및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중소 기업들이 참여, 모터 · 인버터 · 감속기 · 회생제동 · 배터리 · 배터리관리시스템 · 직류 변환장치 · 충전기 · 냉난방장치 · 고전압 와이어링 · 클러스터 등 11개 핵심부품을 순수 자체기술로 독자 개발, 비용을 절감하는 한편 기술 종속에 대한 우려도 해소했다.

현대 · 기아차는 이를 위해 전기차 핵심 부품 기술 개발을 중소기업 주도로 유도하고 제조과정까지 직접 참여하게 했다. 44개 참여 기업 중 34개가 중소 · 중견 기업이다. 실제로 부품 개발에 참여한 총 130여 개 기업 가운데 2차 · 3차 중소기업의 참여 비율이 88%(114개사)를 차지하고 있다. 또 올 한 해 동안 전기차 연구개발을 위해 배정된 정부 지원금 94억원 가운데 약 90%인 85억원이 중소 부품 협력사에 우선적으로 지원됐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kr

전기자동차 시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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