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대신 유자차 마시고 우유 대신 녹즙 마실 나이가 되었다. 허리와 관절도 굳어버렸고 머리와 생각도 굳어버렸다. 어느새 이렇게 몸도 녹슬고 마음도 삭아버렸나 싶어 스스로에게 화가 난다. 밑에선 치고 올라오고 위에선 찍어 누른다. 기억력도 좋고 순발력도 좋은 후배는 열손가락으로 스마트폰의 100가지 기능을 사용하는데 나는 독수리 타법으로 문자를 겨우 배웠다. 이러다 정말 퇴물이 되어버릴까 두렵고 초조하다.
천만의 말씀이다.
허리나 관절은 굳었을지 몰라도 머리와 생각은 굳지 않았다. 이시형 박사는 `나이 든 뇌는 나잇값을 한다`고 했다. 진짜 걸림돌은 나이가 아니라 움츠러든 기분이다. 스스로 한계를 짓고 주눅들지 말자.
리더는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이지 직접 하는 사람이 아니다. 실무능력의 잣대로 관리능력의 무게를 재면 안 된다. 실무자와 리더는 경기 종목이 다르다. 태권도 하다가 마라톤 하는 것과 같다. 키워야 할 핵심역량이 다르고 쓰는 근육이 다르다. 큰 그림을 그리며 핵심이 무엇인지 짚어내고 부하직원의 방패막이가 되어주는 일이다.
쓸데없는 경쟁심을 벗어버리고 큰 틀에서 보자. 물론 리더가 되어도 공부해야 한다. 트렌드를 읽어가며 안전지대를 뛰어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후배들은 그 태도를 보는 것이지 그 결과를 보는 것은 아니다. 늘 배우려고 하고 늘 혁신하려고 하는 리더의 모습에는 자극을 받지만 조바심 나는 경쟁의식으로 후배를 깨고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으면 짜증이 난다. 인정할 건 인정하고 배울 건 배우자. 그런다고 후배가 무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상사에게 인정받아서 더 열심히 한다. 속잎이 자라면 겉잎은 젖혀지게 마련이다. 상사라고 체면 따지고 나이 들었다고 무게 잡아봐야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누가 내공 있고 누가 진검인지 감추려 해도 다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