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정감사 이틀째인 5일 13개 상임위가 각 소관기관에 대한 국감에 나선 가운데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대 · 중소기업 상생이 지경위와 정무위 등 국감에서 주요 정책 현안으로 집중 거론됐다. 교과부의 교육 분야 국감을 진행했던 교과위는 학부모단체의 국감장 진입 소통에 한때 파행을 겪기도 했다.
◇지식경제위원회=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5개 기관에 대한 국감에서는 통화옵션상품인 키코에 따른 대책 촉구와 중소기업 지원사업 효율성 제고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김태환 의원(한나라당)은 “키코 사태로 피해를 입은 업체의 신용도를 조사한 결과 전체의 59%가 신용이 하락했으며 하락 업체 중 35.1%는 수출보험조차 가입할 수 없는 R(최하위)등급 판정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김낙성 의원(자유선진당)도 키코 피해금액이 3조원을 넘는다는 금융감독원 자료를 공개하고 중기청장에게 “피해기업이 키코 상품을 은행으로부터 구입하는 과정에서 위험요소에 대한 기본적인 고지도 제대로 듣지 못하고 계약한 것은 물론이고 영문계약서를 통해 계약한 사실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느냐”며 대책을 촉구했다.
정책자금 등 정부의 직접 지원 사업에 대한 효율적 관리 지적도 나왔다. 김성회 의원(한나라당)은 “전체 중소기업 304만개 중 약 1만5000개 중소기업만이 정책자금 지원을 받고 있다”며 “정책자금 중복지원을 줄이고 더 많은 기업체에 지원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무위=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대 ·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정책이 공정위의 감독소홀로 헛바퀴를 돌고 있다는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잇따랐다.
배영식 의원(한나라당)은 “지난해 대기업의 하도급 거래 위반 건수 1387건중 과태료 처분은 0.06%인 9건, 고발은 단 1건에 그쳤고 과징금 부과액도 급격히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성남 의원(민주당)도 “공정위가 상생협력을 도모하기보다 실적 올리기에 급급해 협약 체결만 해도 과징금을 감면해줬다”며 대기업 봐주기라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100만대가 넘게 팔린 아이폰 AS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수리된 중고폰(일명 리퍼폰)이 제공되는 애플의 AS 정책에 국내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주하자 정무위가 공정거래위원회, 한국소비자원 등의 국감 현장에 애플코리아 및 KT 담당자를 증인으로 출석시켰다.
조영택 의원(민주당)은 “구입 10일 후 정상적인 사용 상태에서 발생한 하자는 제품 교환 또는 구입가 환급, 구입 후 1개월 이내는 제품 교환 및 무상 수리 등을 명시한 공정위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권택기 의원(한나라당) 역시 “중국의 경우 아이폰의 수리나 환불, 유상수리도 부품비 및 인건비 등 최소한의 비용으로 제공되고 있다”면서 “KT가 이러한 내용을 알고 있었지만 애플과의 협상에서 AS정책을 변경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행안위=공직선거에 스크린 터치 방식의 전자투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충조 의원(민주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자투표는 정보통신의 급격한 발전과 인터넷 이용의 보편화에 따라 미국을 중심으로 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다”며 “아직 도입에 대한 기본적 연구 · 검토조차 이뤄지지 않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19대 국회의원 선거에 종이 투표가 실시될 경우 선거인수 30만명, 80개 투표구 기준으로 투개표 비용은 248억원이나 들지만 터치스크린 전자투표가 실시될 경우 80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교과위=교과위는 첫 국감을 오후 3시가 넘어 개회하는 이변을 낳았다. `교원평가제 입법촉구`를 요구하는 뉴라이트 소속 학부모 단체 관계자 6인이 국감장 앞에서 입장하는 이주호 교과부 장관에게 입법촉구서를 전달한 것에 대해 야당 의원들은 “이 단체가 국감장으로 진입한 것 자체도 황당하지만 이 장관이 악수를 나눈 것을 볼 때 교과부가 사주한 관제 시위”라며 거세게 항의하면서 두 차례나 정회 소동을 겪었다.
정지연 장지영 김준배 김유경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