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물리학상 한국인 빠져 논란

올해 노벨물리학상은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을 흑연에서 찾아낸 러시아 출신 과학자 2명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5일 안드레 가임(52)ㆍ콘스탄틴 노보셀로프(36)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 2명이 물리학상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가임과 노보셀로프 교수는 2004년 최초의 2차원 결정인 그래핀을 찾아냈다.

그래핀의 존재는 이론적으로 1947년 예측됐다. 과학자들이 찾아오던 물질은 생각보다 쉽게 발견됐다. 연구팀은 스카치테이프로 흑연에서 원자 한 층씩을 분리했다. 그래핀은 탄소원자 하나 두께인 0.5㎚(1㎚=10억분의 1m) 정도로 얇지만 안정성이 뛰어나 꿈의 신소재로 주목받는다. 그래핀은 전자이동도가 매우 높다. 전자가 질량이 없는 물질처럼 운동해 실리콘 반도체보다 100배 이상 빠르다. 또 잘 휘고 투명하며 열전도율이 높아 미래 초소형 장치에 쓰일 핵심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노보셀로프 교수는 오는 11월 10일 제주도에서 열리는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다산콘퍼런스에 올 예정이다.

2005년 그래핀의 물리적 특성을 규명했던 김필립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42)가 수상자에서 빠져 아쉬움을 더했다. 이번 두 수상자와 김 교수는 2005년 동시에 같은 결과를 담은 논문을 `네이처`에 발표한 바 있다.

김 교수는 한국인 중 유력한 노벨상 후보자로 거론돼 왔다. 김 교수는 저차원 탄소 나노 물질에서의 전자 및 열 수송 현상 규명과 이를 이용한 차세대 탄소 나노 소자 제작을 선도하고 있는 세계적 권위자다. 특히 그래핀에서 반정수배 양자홀 효과를 세계 최초로 관측해 전하를 운반하는 전자 및 홀의 유효질량이 `0`이 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한 과학기술계 인사는 "3명까지는 상을 수상했던 사례를 볼 때 한국인도 처음 노벨상 수상자를 낼 수 있었는데 아쉽게 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래핀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2008년 제18회 호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매일경제 심시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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