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오리 녹색株펀드 백조 될까?

부진한 수익률과 투자자들의 외면으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녹색 펀드`가 부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녹색산업은 일시적인 테마가 아니라 피해갈 수 없는 중장기 트렌드"라며 "일시적인 수익률에 연연하지 말고 장기 투자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신재생에너지 펀드 상승 돋보여=녹색 펀드 가운데서도 수익률 회복이 가장 돋보이는 펀드는 태양광ㆍ풍력ㆍ원자력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대체에너지 펀드다.

5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출시된 21개 대체에너지 펀드의 3개월 수익률은 지난 4일 기준으로 9.21%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폭 11.3%에는 조금 못 미치지만 이들의 6개월 평균 수익률이 평균 마이너스 4.52%, 연초 이후 수익률도 마이너스 8.39%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개선된 수치다.

지난해 이후 전 세계 증시가 2008년의 충격에서 벗어나 상승할 때도 `주가에 낀 거품이 충분히 빠지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힘을 쓰지 못하던 대체에너지 펀드의 최근 반등은 투자자들의 미래 경기 전망이 서서히 밝아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경기가 회복되면 원유 수요가 증가할 것이고 따라서 대체에너지의 필요성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녹색성장주 펀드도 선전=대체에너지 관련주뿐 아니라 친환경자동차, 디스플레이 등 더 많은 산업군이 포함된 `녹색 펀드`들의 수익률도 양호하다.

한국증시에 상장된 녹색기업에 투자하는 21개 펀드의 3개월 평균 수익률은 10.71%다.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의 `미래에셋맵스그린인덱스펀드`의 3개월 수익률은 12.24%, 연초 이후 수익률은 22.08%에 이를 정도다. 풍력과 원자력, 2차전지 관련주 등에 투자하는 종목들의 주가가 서서히 오르면서 펀드 성장률도 함께 오른 것이다.

그동안 개별 주식 투자 대상으로는 녹색주가 인기를 끌었음에도 녹색 펀드는 인기가 없던 이유는 다른 펀드와의 `차별화`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대형주 위주로 펀드를 구성하면서 일반 주식형펀드와 수익률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뒤늦게 중소형주를 담았지만 2010년 들어 대형주 위주의 장세가 시작되면서 녹색 펀드의 수익률은 또 뒤떨어졌다.

이계웅 신한금융투자 펀드리서치팀장이 "최근 일부 중소형주가 소폭 상승하면서 펀드 수익률도 개선되고 있지만 녹색 펀드가 이 같은 수익률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녹색 펀드의 중장기 성장성을 의심하는 전문가는 없다. 양해만 NH-CA자산운용 운용총괄상무(CIO)는 "조선업체는 풍력으로, 화학업체는 2차전지로, 자동차업체는 전기차로 진화하는 등 모든 제조업체는 결국 녹색산업에 진출하게 될 것"이라며 "녹색 펀드는 펀드 시장의 중요한 트렌드가 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박현철 메리츠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녹색 펀드는 테마펀드가 아닌 장기 성장펀드로 진화하고 있다"며 "단기 수익보다 중장기 수익을 내다보고 투자하라"고 충고했다.

[매일경제 김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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