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와 유라시아 대륙이 소통하는 철길은 상이하다. 이를 극복하는 미래기술은 무엇일까.
유라시아를 횡단하는 철도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중국횡단철도(TCR), 만주횡단철도(TMR), 몽골횡단철도(TMGR)가 있다.
중국 베이징올림픽이 열리던 해 가을. 몽골횡단철도의 출발지 베이징을 방문했다. 올림픽 개최에 대비한 베이징 신공항과 최고속도 350㎞ 경진(북경-천진)고속철도를 보며, 중국의 많은 변화를 실감했다. 울란바토르로 가기 위해 베이징발 몽골횡단철도에 탑승했다.
이전과 달리 신형 국제열차의 객실은 쾌적하고, 화장실도 깨끗하다. 4인 1실이지만 항공기처럼 개인 LCD로 영화도 볼 수 있어 지루하지 않다. 창밖으로 인류 최대의 토목공사로 불리는 만리장성을 볼 수 있어 눈이 더욱 즐겁다.
다음날 저녁, 국경역 에렌호트-자민우드에 도착했다. 이곳은 색다른 경험으로 누구나 기억에 남는 장소다. 나라가 바뀌는 경계선이기도 하지만 궤도의 폭이 달라지는 궤간 변경지점이기 때문이다. 남북한, 중국의 철도는 표준궤 1435㎜를 사용하지만 몽골, 러시아철도는 광궤 1520㎜다. 서로 다른 8.5㎝의 궤도 차이는 이곳에서 철마를 잠시 멈추게 한다.
전 세계의 철도는 표준궤 58%, 표준궤보다 넓은 광궤가 23%, 표준궤보다 좁은 협궤가 19%를 차지한다.
철도의 궤는 왜 다른 것일까. 세계 최초로 철도를 건설한 영국도 초기에 597㎜부터 2143㎜까지 다양한 철도 궤가 존재했다. 당시 다양한 수요만큼이나 다양한 궤도 폭을 선정하여 영국은 철도 궤의 박물관을 방불케 했다. 하지만 표준을 선도하는 자가 시장을 장악하듯이 철도표준도 `궤간전쟁`으로부터 시작됐다. 영국의회 산하 궤도표준위원회의 지시에 따라 표준전쟁은 스티븐슨의 표준궤인 1435㎜의 승리로 끝났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은 표준궤를 도입했다. 프랑스 나폴레옹 1세와 독일의 끊임없는 침략으로 스페인은 1668㎜, 러시아는 1520㎜를 채택했다.
고종황제시대 한국철도는 국내고속철도건설규칙에 의해 궤간을 4척 8촌 반인 1435㎜로 결정했다. 신칸센을 제외한 대부분의 일본 간선철도는 협궤 1067㎜다. 궤도가 좁으면 건설비와 보수유지비 절감으로 경제적이며, 산악지역에 유리하다. 반면에 궤도가 넓어질수록 안정성과 대량수송성이 올라가고 속도도 빠르다.
이처럼 한반도와 유라시아대륙이 소통하는 철길은 서로 다르다. 이를 극복하는 미래기술은 무엇일까. 한국철도가 유럽을 갈 경우, 동북아와 동유럽에서 각각 궤간이 한 번씩 변경된다. 이곳을 지나려면 철마는 세 가지 통과의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첫 번째는 환적 · 환승이다. 갈아타거나 옮겨 싣는 것이다. 두 번째는 대차교환이다. 열차바퀴를 바꾸는 것이다. 세 번째가 궤간가변장치다. 자동으로 열차바퀴가 늘어나는 것이다.
환적과 대차교환은 기술적으로 간단하지만 시간지연, 인력 및 추가인프라가 필요하다. 이를 해결하는 미래기술이 궤간가변열차다. 궤간변경지점을 시속 20㎞로 통과한 후 고속으로 운행이 가능하다. 승객에게 정숙한 운행서비스를 제공하며, 화물손상을 방지하고 유독성화물 유출에 따른 환경피해도 최소화한다. 하지만 고속화 · 장거리운행을 위한 내구성 향상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창의적인 메커니즘 설계와 소재산업이 뒷받침돼야 한다. 유럽의 스페인과 폴란드가 상용화에 성공했으며, 일본의 궤간가변 고속열차가 시험운행 중이다. 이제 동북아의 초국경 교통인프라, 궤간가변 고속열차의 등장이 머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