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호모 크리에이티브가 국가 경쟁력/프랑스 `발견의 전당`

파리 시내 플랭클린루즈벨트 거리에 위치한 발견의전당 외관. 웅장한 대리석 입구가 시선을 끈다.
파리 시내 플랭클린루즈벨트 거리에 위치한 발견의전당 외관. 웅장한 대리석 입구가 시선을 끈다.

예술의 도시 파리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박물관이다. 파리 시내를 걷다보면 어느새 루브르, 오르세, 로댕 박물관 등 세계적인 미술 소장품들이 가득한 명소에 닿아 있다.

`과학박물관`이라고 하면 딱딱하고 고색창연한 전시품이 떠오르지만 파리에서는 과학박물관조차 고정관념을 깨기에 충분하다. 단순히 일방향적으로 화살표를 따라 전시물을 훑어보고 나오는 과학관을 거부한다.

파리 과학박물관에 해당하는 `발견의 전당(Palais de la decouverte)`은 학생들이 날마다 놀러가고 싶은 창의적 체험활동을 풍성하게 제공한다. 박물관이라기보다는 신나게 체험하는 놀이와 학습 공간에 가깝다. 프랑스 학생들에 대한 과학 창의 교육의 현주소를 확인하기 위해 이곳을 들렀다.



◇“뭐든지 만져보세요”=파리 프랭클린 루스벨트 거리에 자리 잡은 발견의 전당은 외관부터 `예술적`이다. 대형 대리석 조각들이 웅장한 위용을 뽐낸다.

이곳은 지난 1937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장 페렝이 설립했다. 세계 최초로 과학자가 일반인에게 과학현상을 직접 설명해주는 과학관으로 주목받았다.

이곳은 크게 우주관과 전시실, 과학자들과의 양방향 수업, 학생들이 참여하는 체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특히 이 모든 프로그램의 기본 철학은 `Please do touch!`, 즉 `뭐든지 만져보세요`다. 세계 최초의 양방향 과학박물관이라는 자부심이 남다르다.

`궁전`을 의미하는 `Palais`와 `(과학적) 발견`을 의미하는 `decouverte`가 결합된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지식과 즐거움을 함께 선사한다.

마침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수학 놀이체험` 현장을 찾았다. 10여명의 10세 학생들이 `블록으로 삼각뿔 만들기`의 재미에 푹 빠져있었다.

학생을 인솔하는 현지 교사는 유리 칸막이 너머의 실험 교실을 가리키며 “방 바깥에서 일단 블록 수수께끼를 풀면 저 방으로 들어가 다음 단계 실험 놀이에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풀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하는 것이다.

◇눈을 돌리는 곳마다 실험토론의 장=이곳에서 외부인들의 부러움을 사는 프로그램 중 또 하나가 일명 과학 중개자(mediateur)들이 지원하는 현장 설명 수업이다.

전시실 곳곳은 소규모 강의실처럼 꾸며졌다. 물리, 생물, 지구과학, 수학, 의학 등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의 과학 지식에 대해 전문가들이 직접 학생들에게 재밌는 실험을 곁들여 설명하는 프로그램이다. 원주율을 설명하는 `파이방`과 물리학의 원리를 깨우치는 `회전목마` 등은 학생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중개자들 중에는 연구원, 석 · 박사, 과학에 관심 있는 예술가, 교육자 등이 포함됐다.

과학 중개자의 지질학 프로그램이 열리는 한 교실에서 학생들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중개자의 실험을 관찰하고 활발하게 토론을 벌였다.

이곳의 홍보 담당자인 크리스텔 링크는 “과학 중개자들의 강의는 워낙 인기가 높아 최소 석 달 전에 예약을 해야만 참여할 수 있다”며 “발견의 전당에 근무하는 인력의 80%가 과학 중개자”라고 소개했다.

◇참여형 전시회 눈길=연중 상설 전시와 임시 특별 전시로 구성된 전시실도 학생들의 참여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는다. 전시회에 걸린 전시품을 학생들이 직접 만들기도 한다.

현재 열리고 있는 `해저공생 생물 전시회`는 과학과 예술을 결합한 참여형 전시회의 모델을 제시한다.

이곳에 전시된 각종 해저생물 표본은 응용미술 전공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것이다. 직접 바다에서 채취한 불가사리와 조개껍질 등을 전시품의 재료로 활용하기도 했다.

이곳은 이 같은 형태의 전시회를 기획함으로써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박물관에 애정을 갖고 놀러올 수 있는 시스템을 한층 강화한다는 취지다.

주OECD 대한민국 대표부 파견으로 파리에 체류 중인 김봉수 교육과학 참사관은 “중개자가 진행하는 과학 강의와 학생 참여형 전시회 등은 우리나라 과학관도 본받을 만한 과학 교육 방식”이라며 부러움을 표시했다.

파리(프랑스)=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이곳의 전시실은 학생들이 직접 전시품 제작에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최근 열리고 있는 해저공생생물전시회 전경. 응용미술 전공 학생들이 작품을 제작했다.
이곳의 전시실은 학생들이 직접 전시품 제작에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최근 열리고 있는 해저공생생물전시회 전경. 응용미술 전공 학생들이 작품을 제작했다.
이곳의 체험 프로그램 명소 중 하나인 회전목마 물리 체험 시설.
이곳의 체험 프로그램 명소 중 하나인 회전목마 물리 체험 시설.
과학전문가인 중계자들이 소규모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재미있는 실험을 곁들여 강의를 하고 있다.
과학전문가인 중계자들이 소규모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재미있는 실험을 곁들여 강의를 하고 있다.
이곳의 체험 프로그램 명소 중 하나인 `파이방`에서 학생들이 원주율의 원리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이곳의 체험 프로그램 명소 중 하나인 `파이방`에서 학생들이 원주율의 원리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흥미로운 체험 활동을 통해 딱딱한 과학의 원리에 쉽게 다가간다. 학생들이 즐거운 표정으로 실험에 참가하고 있는 모습.
학생들은 이곳에서 흥미로운 체험 활동을 통해 딱딱한 과학의 원리에 쉽게 다가간다. 학생들이 즐거운 표정으로 실험에 참가하고 있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