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10월 7일 뉴욕타임스는 미국영화협회(MPAA · Motion Pcitre Association of America)가 등급제를 수용하기로 했다는 기사를 보도한다.
미국영화협회는 월트디즈니 · 유니버설픽처스 · 워너브라더스와 같은 주요 영화 스튜디오들이 참여해 영화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비영리단체다.
영화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다양한 영화가 제작됐고, 이에 따른 역기능에 대한 비판과 우려가 제기되면서 정부, 종교계 등 각계의 요구를 수렴해 사업자들이 자체적인 자율 규제안을 만들었다.
MPAA는 영화등급제 도입 발표 후인 1968년 11월 1일부터 영화에 등급을 표시해 유통하기 시작했다. MPAA의 영화 등급 시스템은 처음부터 완벽했던 것은 아니며, 수차례 수정을 거쳐 현재 G, PG, PG-13, R, NC-17 등의 현재 등급체계를 갖췄다. 등급제의 가장 큰 목적은 선정성과 폭력성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는 것이다.
현재 미국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영화산업 강국이다. 위기론이 대두될 때도 있지만 타이타닉 · 스파이더맨 · 아바타와 세계적인 흥행작을 쏟아내며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 우리나라의 상황을 살펴보자. 1962년 정부가 영화법을 만들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영화는 충무로를 중심으로 양적, 질적 성장을 거듭하며 대국민 문화로 자리잡고 있었다. 하지만 박정희 정권은 영화 산업의 육성을 내세워 영화법을 수차례 개정했지만 실제로는 영화산업을 규제하고 내용을 검열하는 등 탄압하기 시작했다. 한 때 70개에 달했던 영화사는 손에 꼽을 정도로 줄어들었고 영화는 촬영 중에 제작이 중단되기도 했다.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한국 영화계는 침체기를 맞는다.
비슷한 시기에 영화를 두고 수립된 다른 방식의 규제가 두 국가 영화산업의 현재를 판가름지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주목해야할 사실은 영화, 더 나아가 문화콘텐츠의 내용을 규제하는 방식에 깔려 있는 두 사회의 인식차이다.
MPAA는 자신들의 등급제는 어른들에 해당되는 내용은 아니라고 밝힌다. 성숙한 시민이라면 영상 콘텐츠의 내용을 충분히 거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떤 것보다 최상위에 두는 것이 표현의 자유다.
헌법재판소에서 제한적상영가에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지만 우리나라의 영상물등급심의위원회는 `악마를 보았다`에 두 번이나 상영불가나 다름없는 제한적상영가 판결을 내렸고, 이 영화는 결국 상당부분이 삭제된 채 나왔다.
스스로가 정한 규칙 안에서 자유롭게 볼거리를 만드는 국가와 국민이 봐야할 것과 표현해야할 것을 제한하는 국가 중 어떤 쪽 영화산업의 미래가 밝을지는 꽤 명확하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