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와 미국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초강대국 미국의 힘이 빠지는 모양새다. 유럽도 중세시대의 영광은 뒤로 한 채 세계경제와 문화에 미치는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
여기에 세계 학계와 경제계는 강력하게 떠오르는 국가, 중국을 주목한다.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 중국에 대한 연구 시도의 초점이 경제에만 맞춰졌다면 이제는 정치, 철학, 문화 등 다양한 각도에서 중국을 분석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이 책은 중국에 대한 그간의 편견을 버리라고 주장한다. 저자인 영국의 정치학자 마틴 자크는 중국을 바라보는 `경제` 중심적인 시각과 `서구` 중심적인 시각 두 가지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논의들이 경제적인 측면에만 집중되는 것을 경계한다. 지난 2세기 동안 세계의 패권을 쥐고 있던 서유럽과 미국이 그랬듯이, 패권 국가의 영향력은 경제뿐 아니라 정치, 문화, 군사적 측면 등 전방위적으로 발휘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서구 세계의 몰락과 중국의 부상`이라는 큰 타이틀 아래 유교문화, 중화사상, 조공제도 등 중국 특유의 문화와 역사가 세계 문화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다. 중국은 겉으로는 근대적 국민국가로 보이지만 역사를 살펴보면 5000년 역사에서 축적된 문화와 문명에 정체성을 뿌리내린 `문명국가`다.
특히 서구인이 가진 백인 중심의 우월의식이 중국이 지배하는 미래에는 중화사상으로 발현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은 장구한 역사에 기대고 있어 중화사상이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을 뿐 아니라 중국인이 세계 인구의 5분의 1을 차지하고 있어 그 파급력은 서구의 백인 우월의식을 넘어설 것으로 저자는 내다본다. 또 과거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중국에 조공을 바치며 그 대가로 각국의 체제를 인정받았듯 신개념의 `조공제도`가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고 저자는 예측한다.
저자는 중국의 장구한 역사와 문화적 기반 등을 심층적으로 분석하며 이를 문명의 발전사, 경제의 발전사와 연계해 한층 깊은 시각을 선보인다.
마틴 자크 지음. 안세민 옮김. 부키 펴냄. 2만5000원.
이성현기자 argo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