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쌀쌀한 날씨와 함께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을을 많이 탄다. 떨어지는 낙엽에 삶의 무게가 느껴지면서 마음이 무겁다. 이러한 감정을 하나의 명확한 원인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과학과 가을을 타는 마음이 무관하지는 않다.
지구상 모든 생물은 24시간, 365일의 지구 자전 및 공전 주기에 적응하도록 진화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이 주기성에 관련된 것이 인체 내 생리현상을 조절하는 호르몬이다. 우울한 감정에 관여하는 호르몬은 코티졸 · 멜라토닌 등인데 이들 호르몬도 주기에 강한 영향을 받는다.
주기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일조량, 즉 햇볕을 쬐는 양과 깊은 관련이 있다. 우울한 느낌을 관여하는 항우울성 호르몬은 일조량이 많을수록 활발하게 분비된다. 가을이 되면 상대적으로 봄과 여름에 비해 급격하게 일조량이 준다. 항우울성 호르몬의 분비 역시 눈에 띄게 줄게 된다.
또 송과선에서 분비되는 멜라토닌은 숙면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당연히 일조량이 줄어들면서 분비량이 늘어나는데, 가을에는 여름에 비해 줄어든 일조량에 낮에도 분비가 되면서 가을을 타는 묘한 기분을 느끼게 만든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호르몬들의 복합적 작용이 중요한 요인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호르몬의 작용은 `생체시계`에 의해 이뤄진다. 우리 몸속의 이 시계는 낮과 밤을 식별해 인체 생리현상을 조절하는 도구다. 지구라는 행성에 적응해 온 인체의 생체시계는 24시간에 꼭 맞춰져있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와는 달리 고위도에 위치한 스웨덴의 경우 겨울에는 해가 떠 있는 시간이 극히 짧다. 고위도이기 때문에 스웨덴의 경우 여름에는 일조시간이 길고 최북단에는 백야현상이 나타나지만 겨울이 되면 반대의 현상이 나타나는데, 겨울의 짧은 해가 우울증 증가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다수의 연구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가을을 타는 감정의 확장형인 셈이다. 극복방법은(?) 규칙적인 운동, 스트레스 피하기, 독서 등으로 몸과 마음의 건강을 살찌우는 것이다.
· 자료협조=국립과학창의재단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