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현상의 골프세상] 골프시장의 축소

일본제 고급 골프채로 유명한 마제스티를 생산하는 마루망이 국내 GS그룹에 인수됐다는 보도가 최근 나왔다. 수십년 동안 고급 골프채로 명성이 자자했던 혼마골프가 중국 회사에 인수된 것도 지난해였다. 미즈노 스포츠그룹에 속한 미즈노, 타이어로 유명한 요코하마고무의 골프 디비전인 PRGR, 역시 타이어로 유명한 브리지스톤의 골프사업부인 브리지스톤 등은 그럭저럭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단독계 중견기업인 골프클럽 업체들은 골프 내수시장의 침체를 견디지 못하고 하나 둘씩 사라져가고 있다.

일본에서 골프 시장은 급속히 붕괴되고 있다. 골프 인구가 줄어든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고, 길게 보자면 지난 20년간 지속되고 있는 일본의 헤이세이(平成) 불황이 원인이다. 가까이는 2008년 리먼브라더스의 붕괴로 말미암은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일본도 피해나갈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는 필드에 나가봐도 사람이 별로 없을뿐더러 어쩌다 골퍼들과 마주쳐도 50대 후반 이후의 젊은 할아버지 골퍼들뿐이다. 여성 골퍼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기 어렵다. 도쿄 시내에서도 골프숍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도쿄 시내 우에노역 앞에 있는 아메요코 시장에는 다섯 개의 유명한 골프숍이 있었는데 이번 여름에 가보니 두 개가 문을 닫고 사라졌다. 백화점의 골프코너도 점차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일본의 20∼30대 젊은 세대들은 골프를 치지 않는 것 같다. 우선 골프를 칠 경제적 여건도 되지 않을뿐더러 골프의 일반화로 인해 더 이상 소수 특권층의 상징이라는 의미가 퇴색했기 때문이다. 반 년 이상을 죽어라 연습해야 간신히 필드에 나갈 실력을 갖출 수 있는데 어느 누가 그 고통을 감내하면서 골프에 입문하려고 할까. 앞으로도 일본에서는 골프 인구가 늘어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인구가 줄어들면 시장이 축소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단기적으로는 여성 골퍼수의 증가, 꾸준히 유입되는 30대 젊은층 등으로 인해 적어도 앞으로 수 년간은 일본과 같은 급격한 골프 시장의 붕괴를 예상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길게 보면 우리나라도 일본과 같이 골프 시장은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조짐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과거 회원권 값이 10억을 넘던 초고가 골프코스에서 회원 추천으로 비회원끼리의 주말 플레이가 가능하게 된 곳도 있다. 그만큼 손님이 없다는 뜻이다. 주중에는 그린피 30%를 할인해주는 골프코스가 꽤 많다. 신규 분양하는 골프코스에서는 회원 1인에 한해서 평생 그린피 면제라는 특전을 부여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