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모바일 오피스 1기 기업의 고민] 가장 큰 이슈는 `소통`

#1. 코오롱그룹은 지난해 말 도입 준비를 거쳐 올해 2월부터 6월까지 30여 관계사 임직원에게 8000여대의 윈도모바일 기반 스마트폰을 지급했다. 주변 회사 직원들은 이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봤으나 정작 내부에서는 다른 반응이 나왔다.

젊은 직원들은 유행처럼 번지던 아이폰이 아닌 다른 스마트폰을 지급한 것을 두고 불평했고, 중고참급 임직원들은 스마트폰을 `스마트`하게 쓸 줄 몰라 당황스러워했다.

이에 코오롱그룹의 모바일 오피스사업을 주관한 코오롱베니트는 m코오롱이라는 모바일 기업포털(EP)을 통해 변화관리, 교육, 커뮤니케이션 활성화에 주력해 내부 분위기를 바꿔나갔다.

#2. 지난해 말 서울도시철도공사가 6500여명의 전 직원에게 스마트폰을 지급해 모바일 오피스 환경을 구현한다는 계획이 내부에 알려지자 직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이 직원의 업무시간과 통화내용을 체크하는 `감시용 족쇄` 역할을 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결국 IT부문 관계자들이 임직원과 노동조합 간부들을 직접 찾아가 모바일 오피스의 취지를 자세히 설명한 후에야 상황이 정리됐다.



기업이 모바일 오피스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은 단말 · OS 다변화로 인한 중복 개발, 보안문제 등 기술적인 부분도 있었지만 내부 소통 부재에서 비롯된 변화관리 실패 문제가 더 컸다.

회사와 임직원이 모바일 오피스의 본질과 목표를 공유하지 못한 상태에서 프로젝트가 추진되다 보니 오해와 반발이 뒤따랐다.

이종계 서울도시철도공사 정보화기획단장은 “모든 스마트폰을 개인 명의로 개설하기 때문에 통화내역 확인 자체가 불가능한데도 일부 직원은 회사의 감시를 우려했다”며 “사업 초기에 소통이 부족해 빚어진 결과”라고 말했다.

이 단장은 “소통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문제 해결도 소통으로 했다”며 “반대하는 직원, 우려하는 직원, 궁금해 하는 직원들을 일일이 만나 모바일 오피스의 취지와 효과를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모바일 오피스의 또다른 역효과는 업무 효율화가 아니라 업무량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다. A업무에 소요되는 시간을 2분의 1로 줄이면 결국 남은 시간에 B라는 새로운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불신으로 인해 직원들에게 동기부여가 되지 않으면 많은 비용을 들여 구축한 모바일 오피스 시스템의 활용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CIO를 넘어 최고경영진 차원의 적극적인 문제해결 노력이 요구된다. 직원들이 모바일 오피스를 이용해 보다 쉽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고, 남은 시간은 일정 부분 자기개발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경영진 차원의 배려가 필요하다.

황순철 JS전선 사장은 “모바일 오피스의 목적은 직원들이 쉽게 일하는 것이지 일을 많이 하도록 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모바일 오피스 사용자인 임직원 차원의 적극적인 협조도 필요하다. 특히 최신 단말기 지급 여부를 놓고 벌어지는 논란은 무의미하다는 게 중론이다.

한 기업의 IT부문 관계자는 “기업의 모바일 오피스 도입과 단말기 선택은 실제 서비스가 구현되기 6개월여 전에 이뤄진다”며 “모바일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는 현 상황에서 개인 선호에 맞춘 단말기를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