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수도 타이베이에서 50여 분 거리에 있는 타오위안. 조용한 시골마을인 이곳에 대만의 `앙팡테리블(무서운 신예)`로 불리는 스마트폰 제조업체 HTC 본사가 있다. 13년 전 창립 때만 해도 PDA(개인정보단말기)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하는 업체였으나 2006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열리는 순간 기회를 잡아 HTC라는 자체 브랜드를 부착한 스마트폰을 내놓은 후 현재 전 세계 안드로이드폰 가운데 절반 이상을 생산해내고 있다. HTC가 세계시장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계기는 2008년 세계 최초 안드로이드폰 `G1`을 내놓으면서부터다. 지난해 구글이 처음으로 자체 유통한 `넥서스원`을 생산하면서 더욱 유명해졌으며, 올해 세계 최초로 4세대폰 `에보 4G`를 내놨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제쳤으며 노키아, 림, 애플에 이어 4위다. 지난해 매출액은 45억달러(5조760억원), 영업이익은 7억9000만달러(7998억원), 영업이익률은 무려 17%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5조8300억원으로 벌써 스마트폰 판매량 820만대를 돌파했다.
피터 처우(Peter Chou) CEO는 "올해는 전년 대비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 200%, 매출액 200%를 끌어올린 의미 있는 해"라고 강조했다. HTC가 이처럼 초고속 성장하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스마트폰이라는 한우물만 팠기 때문이다. HTC는 1997년 설립 이후 PDA를 거쳐 스마트폰만을 생산해왔다. PDA 대표 격인 HP `아이팩`과 마이크로소프트(MS) `포켓PC`가 HTC 제품이다.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도 빼놓을 수 없다. HTC는 연매출 중 25%를 연구개발과 제조설비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왔으며 현재도 전 세계에 대만 엔지니어 1000여 명을 파견해 지역 특화형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작은 업체지만 용기 있게 나서 글로벌 리딩 IT 기업과 제휴를 추진해온 것도 급성장하는 데 원동력이 됐다. HTC 기술력을 인정한 구글은 자사 첫 번째 안드로이드폰 제작을 맡겼고, 윈도폰7 운영체제(OS)에 바탕한 스마트폰 개발을 위해 MS와 지난 2년간 꾸준히 협력해 이달에 윈도폰7 스마트폰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다. HTC는 이 같은 협력을 바탕으로 미국 AT&T, 영국 BT, 프랑스 오랑주, 싱가포르 싱텔 등 글로벌 이통사로 유통망을 확대해갔다.
처우 사장은 "모두와 손잡고 같이하고 있다. 영국 BT에서 엔지니어들을 파견해줘서 통신과 모바일 생태계에 대해 많이 배웠는데, 원래 약속했던 기간이 2년에서 3년 반으로 늘어날 정도로 친해졌고 이후 다른 글로벌 이통사들도 연락을 해왔다"고 말했다. 특히 2006년부터 `겸손한 훌륭함`과 `당신을 이해하는 휴대폰`이라는 HTC만의 철학이 담긴 슬로건을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를 비롯한 전 세계 주요 도시 심장부에 선보이면서 브랜드 마케팅을 강화한 것이 HTC 매출액 수직 상승을 가져왔다.
존 왕 수석마케팅책임자(CMO)는 "가방 속에 스마트폰이 있으면 벨소리가 크게 울리고 사용자가 이를 꺼내 손에 쥐면 점차 소리가 줄어드는 등 독자적인 `센스` 유저인터페이스는 사용자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HTC는 7일 타이베이 중심부에 있는 월드트레이드센터(WTC)에서 `디자이어HD`와 `디자이어Z`를 공개했다. 안드로이드 2.2(프로요) 버전에 4.3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디자이어HD는 한국시장에 우선적으로 KT를 통해 출시될 예정이다.
쿼티폰인 디자이어Z는 아직 한국 출시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이날 스마트폰 분실 시 PC상 지도로 스마트폰 위치를 찾고 원격으로 제어하는 클라우드 서비스인 `센스닷컴(HTCSense.com)`도 시연됐다.
[타오위안(대만)=매일경제 황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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