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윤정의 성공파도]<431>아내보다 더 심한 상사의 잔소리

매연이나 폐수만 공해가 아니다. 매일 아침 밑반찬처럼 깔아주는 상사의 잔소리도 공해다. 한방에 언성을 높여 꾸중을 하는 것보다 더 괴롭다. 고장난 녹음기처럼 짜증나고 뛰어도 제자리걸음인 러닝 머신처럼 지루하다. 그렇게 불안하면 직접 하든지, 이왕 맡긴 거면 믿어주든지 양단간에 결정을 내렸으면 좋겠다. 다 설명해야 하고 시시콜콜 다 확인하려 드는 상사, 일보다 더 힘들다. 차라리 출장이나 가버리면 일에 몰입할 수 있을 것 같다.



큰소리치고 싶은 상사가 잔소리만 늘어놓는다면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잔소리라는 현상만 지겨워 하지 말고 잔소리를 왜 하는지 분석해보자. 물론 성격이 괴팍하고 잔소리 말고는 할 일이 없어서 존재감을 확인받기 위해 하릴없이 그러는 상사도 있다. 그런 쓸모없는 상사는 회사에서도 머지않아 눈치채고 조치를 취할 것이다.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갖고 없어질 그날을 기다리자. 헌데 영 없어질 기미가 안 보인다면 내 시각의 문제가 아닌지 되짚어봐야 한다. 미덥지 않은 부하, 잔일에 실수가 많은 부하는 잔소리를 부른다. 매를 부르는 아이가 있는 것처럼 잔소리를 부르는 부하가 있다. 내가 불안하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묻기 전에 수시 보고는 하고 있는지, 엉뚱한 결과를 만들어 와서 상사를 뒷목 잡게 한 적은 없는지 스스로를 되돌아보자. 자라보고 놀란 가슴은 솥뚜껑만 봐도 소스라친다. 상사 입장에선 이런 자질구레한 과정이 부득이한 실수들 미연에 예방하는 필사적인 강구책일지 모른다. 매일 잔소리하는 엄마보다 가끔 나타나셔서 훈계하는 아버지가 더 무게감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 나를 키우신 건 잔소리하는 엄마였다. `일어나라, 밥 먹어라, 숙제했니. 친구 누구 만났니. 그런 말투는 좋지 않다` 등 시시콜콜한 잔소리가 나를 매만졌다. 잔소리에 짜증내지 말고 왜 하는지 분석한 후 어떻게 하면 그치게 할지를 연구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