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류가 기후시스템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증거를 제시해 지구온난화가 국제정치의 주요 이슈로 떠오르게 한 것이 바로 기후변화과학이다. 이러한 기후변화과학뿐만 아니라 적응과 대응책 전반을 토의하는 국제적 조직이 바로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1988년에 공동 설립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다.
설립 이후 IPCC는 네 차례의 평가보고서를 발간해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1992년 개최된 리우 지구정상회의에서는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기로 뜻을 모으고 154개국이 기후변화협약(UNFCCC)에 서명하는 결과를 낳게 했고, 1997년에는 선진국이 교토의정서를 채택하도록 했다.
11일부터 14일까지 부산에서 열리는 이번 총회에서 IPCC는 국제사회가 더욱 광범위하고 강력한 기후변화 대응체제를 구축하는 데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고자 2014년에 발표될 제5차 평가보고서 작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인터넷에서 IPCC를 조회하면 `엉터리 기후보고서 파문` `기후게이트` 등 IPCC 활동에 대한 회의적 기사들이 나온다. 유엔은 IPCC 보고서에서 한 가지 오류가 발견돼 논란이 빚어지자 국제아카데미위원회(IAC)에 검토를 요청했다.
5개월에 걸쳐 IPCC를 조사해온 IAC는 지난 8월 30일 기자회견을 통해 IPCC의 2007년 평가보고서는 전반적으로 성공적임을 밝히고 더 탄탄한 과학적 토대를 갖춰야 함을 지적한 바 있다. 다시 말해 기후변화의 원인이 인간에게 있으며 현재 기후변화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임이 다시 한 번 공식적으로 밝혀진 셈이다.
부산에서 11일부터 14일까지 개최되는 제32차 IPCC 총회에는 IPCC 회원국 193개국과 국제기구 대표, 전문가 등 450명 이상이 참여해 다시 한 번 그간 논란이 됐던 IPCC 오류 파문에 대한 개혁과 지구온난화 대응에 관한 논의가 있을 것이다.
IPCC 총회가 우리나라 부산에서 개최되는 것은 IPCC 부의장국으로서 국제사회의 리더십 확보를 통한 국가 위상을 제고하고 국가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통해 우리나라가 세계 10위의 이산화탄소 배출 국가에서 저탄소 국가로 탈바꿈하는 전기를 마련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우리나라의 녹색성장 정책이 국제적으로도 가장 모범적인 기후변화 대응정책으로 각인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11일 열린 개회식 연설에서 파차우리 IPCC 의장은 “한국의 녹색성장을 세계가 지켜보고 있으며, 앞으로 준비할 5차 평가보고서에 녹색성장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수행한 사업과 그 결과가 어떻게 반영될지 기대된다”고 한국의 역할에 큰 관심을 표명했다.
IPCC가 주도한 기후변화 과학은 지구온난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증명했지만, 기후변화 대응에 필요한 준비는 우리의 몫이다. 다행히 우리는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기후변화 대응 준비에 필요한 국가적 대응방안을 이미 제시하고 추진해 나가고 있다. 제32차 IPCC 총회의 국내 개최는 우리나라의 저탄소 녹색성장을 전 세계에 알려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고 우리 국민 모두가 녹색생활을 앞장서 실천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박광준 기상청 차장 kjpark@km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