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1P 하락 1868…증시 3大변수 점검

코스피가 지난 열흘간 상승분을 반납하며 1860선으로 물러섰다. 외국인이 20거래일 만에 순매도로 돌아선 영향이 컸다. 12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16%(21.87포인트) 하락한 1868.04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큰 폭으로 조정이 이루어진 것은 그동안 지수 상승을 견인해온 유동성에 대한 경고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중국이 과잉유동성 불안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 대형 은행에 대해 지급준비율 인상을 전격적으로 단행했고 국내에서는 외국인 채권 투자에 대한 과세 방안이 거론되면서 투자심리가 급속하게 위축됐다. 또 원ㆍ달러 환율이 1131.50원으로 전일 대비 14.80원 상승하면서(원화값 하락) 외국인이 차익 실현에 분주했다.

◆①유동성 - 외국인 순매수 20일만에 중단◆=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2148억원 순매도해 전날까지 19일간 계속됐던 순매수 행진을 멈췄다. 이 기간에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모두 6조4935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는 유동성에 대한 비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전날 중국 런민은행은 6개 대형 상업은행에 대한 지준율을 한시적으로 0.5%포인트 인상하는 조치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선성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위안화 절상 기대심리까지 가세하며 인플레이션 염려가 나타나고 있다"며 "지준율 인상은 과잉유동성으로 인한 불안을 조기에 차단하고 통화 긴축으로 인한 시장 부담을 줄이려는 조치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이 국회 정무위에서 외국인이 국채나 통안채를 매입할 때 이자소득세 원천징수를 면제한 조치를 폐지하는 방안에 대해 "관계 부처와 협의해보겠다"고 발언한 것도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유동성에 영향을 미칠 이 같은 요인은 제한적이거나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 시각이다. 조병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매수세 감소는)외국인들을 중심으로 추가 양적 완화 정책에 대한 확실한 언급을 기다리는 관망세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일시적 조정이 끝나면 탄력적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②환율 - 원화값 올라 환차익 매력 감소◆=최근 증시에 유동성 랠리가 펼쳐진 데는 환율 효과도 한몫했다. 선진국이 금리를 낮추고 양적 완화 정책을 펴면서 달러는 약세를 보이는 반면 한국을 비롯한 이머징마켓 등 신흥국 통화는 강세를 보이는 국면이 이어졌다.

따라서 조달 금리가 낮은 데다 환차익도 노릴 수 있어 외국인 자금이 국내시장에 많이 들어오게 된 것이다.

이 가운데 단기 투자자금도 섞여 있을 가능성이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9월 한 달간 국내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 중 28.4%가 조세회피지역을 통해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조세회피지역 투자자금은 그 특성상 환차익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환율 하락 속도가 빨라 거의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판단되자 이들 투자자금 유입이 둔해지거나 혹은 이익 실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원화 환율 하락 속도(원화값 상승 속도)는 이머징마켓 내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지나치게 빠른 편이다. 최근 1개월간 달러 대비 아시아 신흥국 통화절상률을 보면 인도가 4.87% 상승으로 가장 빠르고 한국이 4.32%로 그 뒤를 이었다.

유수민 현대증권 연구원은 "연말 원ㆍ달러 환율이 1100원 수준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급격한 원ㆍ달러 환율 하락 속도가 환차익 메리트를 희석시켜 외국인 매수세를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③실적 - 3분기 성적표 기대에서 우려로◆=아무리 유동성이 증시에 큰 힘을 발휘하고 있더라도 유동성 공급에 지속성을 보장하는 요인은 결국 기업의 펀더멘털이다.

따라서 3분기 실적시즌에서 국내 기업 실적이 어느 정도 되느냐도 중요한 변수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 이사는 "현재 유동성 장세가 펼쳐지고 있지만 우리나라 기업의 든든한 펀더멘털이 받쳐주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런데 삼성전자 실적 발표 이후 3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가 염려로 바뀌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삼성전자 3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하게 발표되면서 다른 기업들 실적도 염려되면서 외국인 매수세가 잠시 주춤한 것 같다"고 판단했다.

이런 점에서 전체 기업 실적 수준이 기대에 못 미친다면 IT주에서 국내 증시 전체로 매기가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분석팀장 역시 "3분기 사상 최고 실적을 달성할 것이라는 게 시장 예상이지만 주가로 연결될지는 또 다른 문제"라며 "오히려 4분기 실적이 둔해질 것이라는 염려로 3분기 실적 발표 후 주가가 상승하면 차익실현에 나서겠다는 생각이 크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김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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